김승조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제1회 우주항공 리더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송복규 기자

우주항공청 출범이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우주 기업들이 우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우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와 우주 태양광 발전, 우주 쓰레기 처리 같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세대 발사체와 한국형 위성항법체계(KPS)처럼 선진국이 이미 개발한 기술은 목표 수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는 22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회 우주항공 리더 포럼’을 개최했다. 김승조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가 이날 ‘우주항공청 개청과 파괴적 기술 혁신’을 주제로 연사로 나섰다. 포럼에는 협회장을 맡은 강구영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사장, 류영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부사장, 이재형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을 포함한 우주항공 분야 산학연 관계자 50명이 참석했다.

김 교수는 “곧 출범할 우주청이 미 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청(ESA),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처럼 정부가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올드스페이스’에 머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올드스페이스는 민간 기업들처럼 우주 기술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개발하지 않고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성공하는 데 집중한다. 김 교수는 우주청이 기업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효율성을 가지고 우주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주 산업이 크지 못하는 장애 요소는 우주 기업들이 국가지원 프로그램에 길들여 있다는 것”이라며 “국가에서 금액을 지원받는 게 당연해지면 우주 산업에서 비싼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의심하던 재사용 발사체를 개발해 우주 산업의 대표주자가 된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혁신의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정부가 계획한 기존 우주 개발 사업을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차세대 발사체와 KPS 같은 연구개발 사업들아 우주 산업을 육성하기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오히려 한국이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분야를 살려 우주 경제를 육성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KPS의 경우 고도가 3만6000㎞로 설정돼 있는데 2만㎞ 고도에 있는 미국의 GPS보다 신호가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다”며 “다른 나라보다 수준이 낮은 기술을 몇 년 후에 개발해서는 산업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목표를 낮게 설정하기보다는 이미 확보한 세계 최고 수준 산업기술을 이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가 새롭게 제안한 우주 산업 분야는 ‘우주 클라우드(가상 서버) 데이터센터’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센터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선 막대한 전기가 필요한 만큼 태양광 효율이 좋은 우주로 보내자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우주 핵폐기물 처리, 우주 태양광 발전, 저궤도 위성항법체계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데이터센터는 많은 양의 전기가 필요하고 냉각수로 열을 식혀 생태계 파괴 문제도 발생한다”며 “우주정거장처럼 우주에서 조립할 수 있는 ‘우주용 데이터센터’를 만들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우주에서 범용 컴퓨터가 가동된다는 사실도 잘 알려진 만큼 우주 데이터센터의 사업성은 크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포럼에 참석한 배호섭 한국카본 전무는 “우주항공청 개청을 앞두고 열린 우주리더 포럼에서 다양한 우주 산업 추세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며 “잠재력 있는 사업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우주 관련 사업에 발을 넓혀갈 계획”이라며 김 교수의 발표에 공감했다.

협회장을 맡은 강구영 KAI 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술이 수요를 창출하는 새로운 시대”라며 “경제안보 패권 경쟁이 심해지는 지금, 우주청 설립에 맞춰 기업은 실질적인 과감한 투자를 통해 미래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