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 받는 ‘전고체배터리’의 필수 소재인 황화리튬(Li₂S)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공정 개발에 나섰다.
홍영준 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소재연구소장(부사장)은 2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한국화학공학회 2024년도 봄 학술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고체배터리 소재는 생산 능력을 아무리 잘 갖춰도 가격 경쟁력이 없으면 사업성이 없다”며 “전고체 전해질 소재인 황화리튬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소장은 “2030년에 상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고체배터리가 일본을 필두로 생각보다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며 “전고체배터리 시장에서 뒤쳐지지 않고 고객에게 소재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화리튬은 전고체배터리에 들어가는 전해질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다. 액체 전해질에 비해 리튬이온전도도가 떨어지는 고체 전해질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황화리튬이 사용된다. 황화리튬을 사용하면 전고체배터리의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소형화와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황화리튬의 비싼 가격이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황화리튬은 ㎏당 1만2000달러(약 1700만원)에 달한다. 산업계와 과학기술계는 전고체배터리를 본격적으로 상용화하려면 황화리튬 가격을 ㎏당 50달러(약 7만원)으로 낮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홍 소장은 “기존에는 리튬 금속과 황을 반응시켜 황화리튬을 만드는 공정이 활용되고 있으나 유독 물질이 사용되고 공정도 복잡해 생산 비용이 많이 든다”며 “황산리튬(Li2so4)에서 황화리튬을 얻는 공정을 개발해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전고체배터리 시대를 준비하는 동시에 현재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 사업에서도 전주기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양극재 100만t 생산 능력을 갖추고 음극재에서도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공정을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핵심은 수명이 다한 폐 배터리에서 원료를 추출해 재활용하는 ‘리사이클’이다.
포스코는 철강 기술을 바탕으로 폐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홍 소장은 “염호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것보다 폐 배터리에서 뽑아내는 비용을 더 저렴하게 만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철강 수직로 기술을 바탕으로 재활용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트륨 배터리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협력도 이뤄지고 있다. 홍 소장은 “나트륨 배터리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 연구 중”이라며 “다만 나트륨 배터리가 현재의 리튬이온배터리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번 학회에서 ‘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소재 심포지엄’을 주관해 배터리 사업 전략도 소개했다. 안정적인 원료 공급을 위해 리튬 추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 센터도 설립했다. 광석 원료에서 리튬을 추출해 리튬이온배터리 소재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광석에서 칼슘, 마그네슘 같은 불순물을 제거한 후 리튬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리튬 공급망의 불안정성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 받고 있다.
친환경 건식 공정을 활용해 리튬이차배터리에서 유기금속을 추출하는 기술도 소개했다. 수명이 다한 폐리튬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후 바로 양극재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건식 공정을 적용해 환경 오염도 크게 줄였다.
홍 소장은 “학계와 함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시도를 여럿 하고 있다”며 “한국 산업이 다른 나라에 뒤쳐지지 않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을 함께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