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고 속도의 입체 조명 기술을 개발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화면 전환 속도는 큰 상업적 가치를 갖는다. 이 기술은 디스플레이와 금속 가공, 의료기기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무석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세계 최고속의 3차원 광 패턴 조명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일본 북해도대 전자과학연구소와 오카야마대 의·치·약과학과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광 패턴 조명은 빛을 특정 패턴이나 형태로 조절해 원하는 조명 효과를 얻는 기술을 말한다. 디스플레이나 빔프로젝터 내부에서 원하는 이미지를 화소 단위로 만드는 ‘공간 광 변조기’도 광 패턴 조명 장치 중 하나다. 이외에도 광 패턴 조명은 가상 현실을 구현하는 3차원 디스플레이와 인체 기관을 관찰하는 레이저 스캐닝 현미경에 사용되고 있다.
다만 공간 광 변조기는 조명 패턴 전환을 빠르게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현재 공간 광 변조기는 주로 액정형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거울을 사용하는데, 전환 속도가 50㎲(마이크로초, 1㎲는 100만분의 1초)에서 10㎳(밀리초) 수준으로 제한된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초고속 1차원 광 변조기와 산란 매질을 결합해 조명 패턴 전환 속도를 대폭 높였다. 산란 매질은 안개나 물방울이 맺힌 유리창처럼 빛을 무질서하게 굴절시키는 물질을 말한다. 연구팀은 빛의 전파를 교란하는 산란 매질 특성을 이용해 1차원 광 패턴을 원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광 파면 조작 기술’을 개발했다.
새로 개발한 공간 광 변조기의 전환 속도는 기존보다 1500배 빠른 30㎱(나노초, 1㎱는 10억분의 1초)를 기록했다. 이 기술은 특정 각도에서만 볼 수 있는 기존 2차원 유사 홀로그램과 달리 실제 3차원 광 정보를 공간에 넣을 수 있다. 연구팀은 빛을 이용해 살아있는 생물 조직의 세포를 제어하는 광유전학이나 금속 3D 프린터 분야에 새로 개발한 입체 조명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토교통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8일 온라인 게재됐다.
참고자료
Nature Communications,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4-47009-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