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이 수소를 운반하는 가장 안전한 기술인 '액상유기물 수소운반체(LOHC)'의 효율을 높일 신소재를 개발했다. 왼쪽부터 이정재 학생연구원, 박지훈 책임연구원, 정관용 연구원./한국화학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개발했다. 폭발 위험이 커 많은 인프라(기반 시설)와 안전 장치가 필요한 수소의 상용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지훈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한정우 서울대 교수, 최정규 고려대 교수와 공동으로 수소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액상유기물 수소운반체(LOHC)’ 성능을 높일 신소재를 찾아냈다고 3일 밝혔다.

액상유기물 수소운반체는 폭발성이 있는 수소를 보관하는 방법으로, 현재까지 가장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용량의 수소를 액상유기화합물에 담아 안전하게 이동하는 기술로 이미 독일과 일본에서는 상용 운전을 시작해 앞서고 있다. 수소는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 받고 있으나 쉽게 폭발하는 특성으로 안전성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연구진은 기존 액상유기물 수소운반체에서 작은 분자들이 수소의 저장과 추출 효율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는 것을 계산 화학 연구를 통해 찾아냈다. 계산 화학은 컴퓨터를 이용해 화학 이론에 필요한 수치를 해석하는 연구 분야다.

기존 액상유기물 수소운반체는 탄소 육각 고리 구조의 ‘벤젠’을 기반으로 활용된다. 수소의 저장과 추출에 유리하지만, 구조를 바꾸기 어려워 성능을 높이거나 기능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벤젠의 수소 저장·추출 기능과 관계 없는 것으로 여겨지던 메틸 분자를 이용해 화학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높은 성능의 신소재를 개발했다. 메틸 분자의 위치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합성법을 적용해 개발한 결과, 수소 저장 속도는 206%, 방출 속도는 49.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하는 자동차, 항공기, 선박에 수소를 공급하는 안전한 방법과 수소를 직접 저장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는 후속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저장체 설계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개발 기술을 개발했다”며 “수소 경제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에너지 스토리지 머티리얼즈’와 ‘어플라이드 카탈리시스B: 환경·에너지’에 지난달 소개됐다.

참고자료

Energy Storage Materials, DOI: https://doi.org/10.1016/j.ensm.2024.103259

Applied Catalysis B: Environment&Energy, DOI: https://doi.org/10.1016/j.apcatb.2023.123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