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뇌신경 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인간의 뇌에 최초로 칩을 이식했다고 밝혔다. 뉴럴링크에서 개발한 칩은 동전 크기로 두개골 아래에 이식된다. 칩에서 나온 작은 와이어가 뇌에 직접 닿아 신호를 읽어 컴퓨터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머스크 CEO는 칩 이식 직후 뉴럴링크의 컴퓨터 칩을 이식한 환자가 완전히 회복했고, 생각만으로도 컴퓨터의 마우스를 움직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전 크기의 칩을 이식하는 과정에서 뇌 신경세포(뉴런)를 손상시킬 위험이 여전히 남아있다.
아르토 누르미코 미국 브라운대 공과대학 교수 연구진이 뇌 신경세포를 모방해 소금 한 알보다 작은 초소형 칩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해당 칩 수천 개를 뇌 표면에 붙이기만 하면 뇌 신호를 효율적으로 전송, 수신할 수 있는 무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꾸릴 수 있다.
앞서 누르미코 교수 연구진은 2021년 초소형 무선 마이크로칩 ‘뉴로그레인(Neurograin)’을 개발한 바 있다. 뇌 신호를 포착하는 것은 물론 원하는 뇌 영역을 자극할 수도 있다. 때문에 무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에 적용해 마비 환자의 일상생활을 돕거나 뇌를 자극해 우울증을 개선할 수 있을 거라 예상됐다.
이번에 연구진은 센서 크기를 기존보다 더 줄이고, 뇌의 신경세포들이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 모습에서 착안해 복잡한 네트워크를 구현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뇌의 신경세포는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고 세포의 말단인 시냅스를 통해 전기화학적 신호를 주고받는다. 연구진이 개발한 칩은 1㎜ 단위 이하의 실리콘 센서들이 신경세포처럼 전기 신호를 감지한 뒤 무선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전송한다. 항상 데이터를 보내는 기존 센서와 다르게 신호가 있을 때만 작동하는 것이다.
이지훈 브라운대 박사후연구원은 “뇌의 신경세포들은 항상 신호를 내보내지 않고, 데이터를 압축해 뒀다가 필요할 때만 신호를 보내 매우 효율적”이라며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는 중앙 수신기와도 독립적으로 작동해 데이터가 어느 한 곳에 넘칠 우려가 없다”고 설명했다. 무선 통신에 이 방법을 적용하면 센서에 필요한 에너지와 데이터 전송량을 모두 아낄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칩을 생체 의학 센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크기가 작아 칩을 신체에 이식하거나 웨어러블 기기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송수신기가 데이터를 전송할 때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한다. 비교적 에너지를 적게 사용해 별도의 전원이나 배터리를 연결하지 않아도 오랫동안 작동할 수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시스템을 얼마나 확장할 수 있을지도 실험했다. 78개의 센서를 사용해 시스템을 꾸려 테스트한 결과 기존보다 오류가 적게 나타났다. 또 영장류의 뇌에 가상으로 센서 8000개를 이식한 뒤 뇌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해독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하기도 했다.
누르미코 교수 연구진은 “앞으로 시스템을 최적화해 전력 소비를 줄이고 신경 관련 기술을 넘어 더 넓은 분야에 응용하는 것이 다음 단계”라며 “이번 연구 결과로 앞으로 초소형 센서와 시스템을 더 개선할 방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19일 공개됐다.
참고 자료
Nature Electronics(2024), DOI: https://doi.org/10.1038/s41928-024-01134-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