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순록의 눈을 본따 외부 조명과 무관하게 물체를 같은 색으로 볼 수 있는 광필터를 개발했다. 자율주행차의 주행 안전 성능을 높이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현호·송영민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27일 빛의 투과도를 조절해 외부 빛에 관계 없이 물체의 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동 나노 광필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금속나노입자와 전기로 동작하는 고분자를 이용해 전기 신호에 따라 색을 바꿀 수 있는 ‘능동 광 제어’ 소자를 만들었다. 이 소자는 50㎚(나노미터) 두께로도 물체의 색을 보정할 수 있으면서 기존 색상 보정 필터와 비교해 전기 사용량은 절반에 불과하다. 능동 나노 광필터는 기존 필터가 빛을 차단하거나 투과하는 것만 가능했던 것과 달리 색상 변경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광필터가 북극에 사는 순록의 눈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순록의 눈은 계절에 따라 색이 변하는 햇빛에 적응해 눈 내부에 있는 휘판의 반사도를 조절하도록 진화했다. 계절에 관계 없이 물체를 일정한 색으로 볼 수 있는 보정 능력을 갖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필터를 이용해 카메라 영상 기반의 인식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는 햇빛이나 인공 조명 같은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하는 만큼 색상의 왜곡 없는 물체 인식이 안전성을 높이는 데 필요하다. 이외에도 이동형 로봇, 폐쇄회로(CC)TV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 교수는 “미량의 전압으로 빛의 색을 제어한다는 발상이 관심을 끄는 연구”라며 “앞으로 계속 선보일 많은 흥미로운 연구의 신호탄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마이크로시스템 앤 나노엔지니어링’에 지난 1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Microsystems & Nanoengineering, DOI: https://doi.org/10.1038/s41378-023-006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