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령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시트루인7(SIRT7)’ 저해제 항암 효능./한국화학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간암 치료제의 효과를 떨어트리는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간임 치료제의 약물 내성 문제를 극복하고, 다양한 종류의 항암제 개발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관령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 책임연구원과 류동렬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간암 치료의 장애물인 ‘시트루인7(SIRT7)’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저해제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간암은 세계적으로 발병률과 사망률이 높은 암 중 하나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2021년 간암 환자는 1만5131명으로, 전체 암 발생자(27만7523명)의 5.4%를 차지한다. 간암은 생존율이 39.3%로, 전체 암 평균(72.1%) 생존율보다 훨씬 낮다.

간암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표준 항암제인 소라페닙을 투여하는 것이다. 소라페닙은 암 증식과 관련된 인산화효소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약물 내성이 생겨 항암 효과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환자 중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반응률이 20% 수준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인산화효소 조절 방식의 기존 항암제와는 다른 시트루인7 억제 방식의 화합물을 찾았다. 시트루인7 단백질은 종양이나 암세포의 사멸을 늦추는데 영향을 미쳐 암 치료의 장애물로 여겨졌다. 새로 개발한 화합물은 시트루인7을 줄여 항암 효능을 가졌고, 간암 1차 치료제인 소라페닙 내성이 있는 실험 모델에서도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소라페닙 내성 간암 세포를 이식한 마우스 모델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쥐에 소라페닙을 단독으로 투여한 경우에는 약물 내성으로 항암 효능이 급격히 감소했다. 하지만 연구팀이 2018년 개발한 1세대 시트루인7 저해제는 5㎎으로, 최근 개발한 2세대 저해제는 2.5㎎ 용량으로 종양의 크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 2세대 시트루인7 저해제는 1세대에서 300개 이상의 화합물 합성으로 분자구조식 변형과 같은 최적화 과정을 거쳤다.

특히 시트루인7 저해제와 소라페닙 약물을 함께 투여한 동물군에서는 종양 크기가 더 줄었다. 연구팀은 새로 발굴한 시트루인7 억제 방식이 기존 항암제인 소라페닙의 효능을 일부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인산화효소 저해 방식의 기존 항암제에서 나타나는 내성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개발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국내 제약회사와 협력 연구도 논의 중이다. 이번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핵심기술을 선점해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하고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세계 최초로 발굴한 시트루인7 저해제 기술을 선점하고, 간암 치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국내 제약업계와 긴밀한 협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철 GIST 총장은 “언젠가 반드시 도달해야 할 ‘암 정복’을 향한 인류의 위대한 진전”이라며 “임상 적용을 위해 GIST도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화학연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결과는 약학 분야 국제학술지 ‘드럭 리지스턴스 업데이트즈(Drug Resistance Updates)’ 3월호에 게재된다.

참고자료

Drug Resistance Updates, DOI: https://doi.org/10.1016/j.drup.2024.101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