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권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발견한 안정한 위상적 솔리톤인 메론에 대한 모식도./KAIST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반도체를 구현할 ‘위상적 솔리톤’ 구조체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고 전송하는 초고속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 기술을 개발했다. 뒤틀림 자성체로 이전엔 알려지지 않은 현상을 발견해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세권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와 김경민 기초과학연구원(IBS) 선임연구원, 박문집 한양대 물리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뒤틀림 자성체를 이용해 위상적 솔리톤을 안정시키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솔리톤은 특정한 구조가 주변과 상호작용해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는 현상으로, 반도체 기술인 스핀트로닉스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스핀트로닉스는 한계점에 다다른 기존 반도체의 문제점을 전자의 양자적 성질인 ‘스핀’을 이용해 해결하는 연구 분야다. 특히 정보 처리 과정을 향상해 초고속 초저전력 차세대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위상적 솔리톤은 정보를 저장하고 전송하는 초고속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 개발에 활용된다. 다만 스핀 구조체로 자연계에 존재하는 자성체 중 수직 이방성이라는 특수한 성질을 갖는 자성체에만 안정적이라고 알려져 물질 선택에 제한이 있었다. 수직 이방성은 자석의 성질이 자성체에 수직 방향으로만 선호되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팀은 단층 강자성체 두 겹을 서로 뒤틀어 합쳐 이중층 자성체를 구성하면 수직 이방성을 갖지 않는 다른 자성체에서도 위상적 솔리톤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안정된 위상적 솔리톤에서 수직 이방성이 아닌 수평 이방성 자성체에 존재하는 ‘메론’이라는 스핀 구조체를 찾아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안정화 메커니즘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안정되지 않은 위상적 솔리톤의 자성체를 뒤틀어 접합하면 자성체의 상호작용으로 안정화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첫 사례다. 특히 자성체의 종류와 뒤틀림 각도를 조절하면서 수많은 자성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메론 안정화 기술로 수직 이방성 자성체로만 가능했던 솔리톤 기반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를 다양한 자성체로 확대해 ‘뒤틀림 자성체 기반 스핀 기술’이라는 연구 영역을 개척했다.

김세권 교수는 “이번 연구는 무한히 많은 가능성을 갖는 뒤틀림 자성체 기반의 새로운 물리 현상 탐색과 활용 연구의 시발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해외우수과학자 유치사업 플러스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성과는 물리·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지난달 24일 게재됐다.

참고자료

Nano Letters, DOI: https://doi.org/10.1021/acs.nanolett.3c03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