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호 건국대 시스템생명공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딥러닝 모델로 미생물 대사 과정을 파악하는 개념도./한국연구재단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미생물 성장에 필요한 핵심 대사 반응을 밝혀냈다. 바이오산업에 널리 사용되는 미생물의 효율적인 생산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성호 건국대 시스템생명공학과 교수팀은 AI와 가상세포 기술을 활용해 미생물 성장을 촉진하거나 늦추는 대사 반응을 규명했다고 14일 밝혔다. 가상세포는 생명체의 전체 대사과정을 컴퓨터상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미생물은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대사과정을 조절해 최적의 세포 성장 상태를 유지한다. 세포 대사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선 성장에 관여하는 대사 유전자와 경로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다만 미생물 시스템은 수천 개에 달하는 유전자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단백질, 대사물질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대사 반응을 밝히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가상세포 기술을 활용해 대사 반응 데이터와 성장 데이터를 분석하는 딥러닝 모델을 개발했다. 미생물 연구에 주로 쓰이는 대장균 ‘K-12′를 중심으로 30가지 주요 영양 조건에서의 균주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대사 경로를 밝혔다.

연구팀이 딥러닝 모델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생명체가 유기물을 합성하는 대사과정인 생합성 경로에는 탄소원이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원은 생명체가 에너지를 얻고 성장하는 데 필요한 탄소를 포함한 물질을 말한다. 다만 에너지를 생성 중요도는 탄소원의 종류에 따라 달라졌다.

모델로 예측된 주요 대사 반응은 유전자 조작 실험과 배양실험으로 검증했다. 만약 대장균이 아세트산을 탄소원으로 이용하면 산소 없이 포도당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 해당과정(Glycolysis)이 균체 성장을 늦춘다고 예측됐는데, 실제로 아세트산을 차단하니 성장이 빨라졌다.

윤성호 교수는 “유전체 설계를 통한 맞춤형 미생물 제작과 최적의 생산 전략 수립에 중요하게 이용될 수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생명현상 연구에 확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 중견연구와 기본연구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성과는 시스템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몰레큘러 시스템즈 바이올로지(Molecular Systems Biology)’에 지난달 30일 게재됐다.

참고자료

Molecular Systems Biology, DOI: https://doi.org/10.1038/s44320-024-00017-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