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때에 따라 디지털 명령어로 모양과 성질을 바꿀 수 있는 물질을 개발했다. 이 물질은 변화에 적응해 충격을 줄이거나 힘을 전달할 수 있는 부품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나아가 인공지능(AI)과 결합해 스스로 주변 환경을 학습하고 필요한 물질을 만드는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김지윤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실시간으로 물질의 모양과 특성을 조절하는 메타 물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모양이나 특성을 바꿀 수 없거나 제한적으로만 바꿨던 기존 메타 물질과는 다르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메타물질은 자연에 있는 물질과는 달리 특별한 물리적 특성을 가지도록 설계된 인공적인 물질을 말한다. 세로 방향으로 압력을 가해도 가로 방향이 줄거나 빛이 부딪혔을 때 다른 방향으로 반사되는 등 일반적인 물리특성을 초월하는 물질이 메타물질이다.
연구팀은 실시간으로 모양과 물질의 성질을 조절하는 메타물질을 개발했다. 메타물질의 기본 단위 구조인 ‘메타픽셀’에 녹는 점이 낮은 합금을 합쳤다. 합금의 상태가 변화하는 걸 작은 픽셀 단위로 조절하면서 메타물질의 다양한 성질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합금의 액체상태를 ‘0′, 고체상태를 ‘1′이라는 이진법으로 디지털 정보를 표현해 디지털 명령어를 입력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디지털 정보로 메타물질의 모양과 강도, 변형 비율처럼 다양한 성질을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다.
새로 개발된 메타물질로는 ‘적응형 충격 에너지 흡수 물질’을 시연했다. 이 실험에서 메타물질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 충격에 따라 알맞게 성질을 변형했고, 보호하는 대상에 전달되는 힘을 최소화했다. 충격을 흡수하는 것뿐 아니라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메타물질에 명령어를 입력해 한쪽 면에 힘을 주면 반대편에 인접한 스위치를 선택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김지윤 교수는 “디지털 정보를 물리적 정보로 실시간 변환할 수 있는 메타물질은 기존 다양한 디지털 기술뿐 아니라 딥러닝과 같은 AI 기술과도 원활한 호환이 가능하다”며 “스스로 학습하고 주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신소재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한국재료연구원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성과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지난달 25일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참고자료
Advanced Materials, DOI: https://doi.org/10.1002/adma.202304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