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산화갈륨 전력반도체를 상용화할 수 있는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로 꼽히는 산화갈륨은 우수한 성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전력반도체의 국산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경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양자센서연구실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1일 한국세라믹기술원과 공동으로 산화갈륨 ‘금속 산화막 반도체 전계효과 트렌지스터(MOSFET·모스펫)’ 생산 공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전력반도체는 정보나 신호를 처리하는 시스템반도체·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전자기기에 들어오는 전력을 변환·저장·분배·제어하는 부품이다. 과거에는 시스템반도체나 메모리반도체보다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에는 모바일장치와 전기차의 보급이 크게 늘면서 산업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전력반도체 시장은 2022년 238억9000만달러(약 32조원)에서 2030년 369억8000만달러(약 49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도 전력반도체를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보고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다만 국내 산업계에서 사용하는 전력반도체의 95% 이상은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ETRI 연구진은 전도성이 있는 여러 층의 박막을 쌓은 ‘에피소재’를 적용해 고성능의 전력반도체를 개발했다. 단결정 기판 위에 산화갈륨 박막을 성장시켜 만드는 공정을 개발해 전력반도체 국산화의 길을 연 것이다. 산화갈륨은 전력변환 효율과 전압을 견디는 성능이 우수해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전력반도체 소자의 크기를 50% 이하로 줄여 소형화도 가능하다.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성능은 기존 기술보다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이 개발한 공정은 에피소재의 두께를 나노미터(㎚)부터 마이크로미터(㎛)까지 조절할 수 있다. 전자의 농도도 조절할 수 있어 다양한 전압과 전류 수치의 전력반도체 생산이 가능하다. 기판 위에 미세 패턴을 만들고 손상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누설전류를 피코암페어(㎀·1조분의 1A)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에피 구조도 개발했다. 전압의 최대 임계치인 항복전압을 3㎸ 이상으로 높여 고전압이 필요한 장치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공정을 적용하면 모스펫 소자의 생산 비용을 최대 8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스펫은 다른 반도체 소자에 비해 낮은 전압에서도 통신 속도가 빠르고 효율이 높아 최근 전력반도체에서 주로 활용하는 소자다. 전력 송배전망과 고속철도, 데이터센터, 양자컴퓨터처럼 전력 사용량이 큰 기반시설(인프라)에서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문 책임연구원은 “산화갈륨 전력반도체의 상용화 시기를 한층 더 앞당길 것으로 생각한다”며 “kV급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모스펫 소자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