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이 개발한 '분산형 양자센서'의 작동 모식도. 4곳의 다른 위치에 분산된 정보를 동시에 높은 정밀도로 측정할 수 있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여러 위치에 흩어진 정보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양자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측정 정확도도 기존의 센서 기술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어 정밀한 측정이 가능하다. 암 진단, 지진 감시, 품질 검사처럼 여러 산업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임향택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양자정보연구단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16일 양자의 얽힘 상태를 이용해 동시에 여러 개의 물리량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분산형 양자센서’의 작동 방식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중앙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가 함께 참여했다.

양자센서는 양자컴퓨터, 양자통신과 함께 대표적인 양자기술로 꼽힌다. 양자기술은 아주 작은 입자에서 나타나는 양자역학적 특성을 이용해 기존 기술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해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가령 양자컴퓨터는 ‘중첩’ ‘얽힘’ 같은 특성을 이용해 기존 컴퓨터로는 풀 수 없는 복잡한 연산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양자센서는 양자 현상을 이용해 기존의 기술로는 측정이 불가능한 값을 측정하거나 정밀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멀리 떨어진 두 공간에서 동시에 물리량을 측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양자 얽힘은 먼 거리에 있는 두 입자가 연결돼 동시에 영향을 주고 받는 현상으로, 정보 전달 속도가 빛의 속도를 추월하지 못하는 고전 물리학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현상이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넓은 영역에 분산된 변수를 높은 정밀도로 측정하는 센서를 ‘분산형 양자센서’라고 부른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넓은 영역에 분포된 정보를 분산형 양자센서 시스템으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입자들이 서로 얽혀 있는 ‘벨 상태’에서 동시에 4곳의 상태를 측정한 결과 양자역학적 한계인 ‘하이젠베르크 한계’ 수준의 정밀도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은 양의 자원으로도 여러 정보를 측정할 수 있는 양자센서의 작동 방식도 제안했다. 기존에는 측정하고자 하는 정보의 수 만큼 광자의 얽힘 상태를 구현해야 해 분산형 양자센서 개발이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연구진은 ‘빔 분할기 네트워크’를 이용해 4곳에 벨 상태를 만든 후 정보의 평균 값을 동시에 측정했다.

그 결과, 연구진이 개발한 분산형 양자센서는 표준 양자 한계를 뛰어넘는 2.2dB(데시벨)의 정밀도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 양자 한계는 레이저를 사용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민감도의 한계로, 기존 센서 기술의 정밀도 한계를 말한다. 분산형 양자센서를 사용하면 적은 양의 자원으로도 기존 센서 기술보다 높은 정확도로 정보를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분산형 양자센서 시스템은 여러 위치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할 수 있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가령 초미세 암을 조기에 진단하거나 배터리의 불량 측정, 지진감시, 자기장 측정도 가능하다.

임 책임연구원은 ”적은 자원으로도 표준 양자 한계를 뛰어넘는 측정이 가능한 분산형 양자센싱 핵심원천기술을 선점했다”며 “세계 시간 동기화, 초미세 암 발견처럼 실용적인 기술로 뻗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 11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Nature Communications,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3-44204-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