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이런 상상을 누구나 하기 마련이다. ‘누가 대신 커튼을 걷어주면 좋겠다. 누가 나 대신 청소기를 돌리고 커피머신으로 커피를 내려서 준비해주면 좋겠다. 면도를 대신 해주는 로봇은 없을까. 출근한 동안 우리 집 고양이랑 놀아줄 로봇은 어디 없나. 빨래를 돌려주고, 재활용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는 우렁각시 같은 로봇 이 있었으면 좋겠어.’

꿈만 같은 일로 보이지만 이미 현실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나흘 전 유튜브에 올린 ‘모바일 알로하, 당신의 가정부 로봇(Mobile ALOHA: Your Housekeeping Robot)’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는 모두의 꿈인 가사도우미 로봇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됐는지 제시됐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유튜브에 가사도우미 로봇 '모바일 알로하'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모바일 알로하는 사람이 했던 다양한 가사 업무를 무리없이 수행하고 있다./유튜브 캡쳐

‘모바일 알로하’는 구글 딥마인드와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진행한 저비용 원격조종 로봇 개발 프로젝트다. AI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자인 첼시 핀 스탠퍼드대 교수가 이끈 연구진은 데이터 학습과 원격조종 로봇 기술을 접목해 가사도우미 로봇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유튜브 영상뿐 아니라 논문과 튜토리얼, 코드까지 모두 공개했다. 누구든 영상 속의 가사도우미 로봇을 만들고 싶다면 얼마든지 따라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 4일 논문 사전 공개사이트인 아카이브에 올라온 논문을 보면 연구진이 모바일 알로하를 어떻게 구현했는지 알 수 있다. 논문에서는 유튜브 영상 속의 다양한 동작들보다 좀 더 정제된 동작들이 소개돼 있다.

연구진은 모두 7개의 동작으로 모바일 알로하의 성능을 평가했다. 와인잔 아래 흘린 와인 닦기, 프라이팬에서 새우 요리하기, 요리가 끝난 프라이팬을 물로 닦기, 냄비를 수납장에 넣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타기, 의자 정리하기, 사람과 하이파이브하기다.

구글 딥마인드와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모바일 알로하 프로젝트 영상. 저비용 원격조종 로봇이 프라이팬에서 새우를 조리하고 있다./모바일 알로하

연구진은 우선 사람이 로봇을 이용해 각각의 동작을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로봇을 학습시켰다. 새우 요리하기와 하이파이브만 20회를 수행했고, 나머지 동작은 50회를 수행했다. 연구진은 여기에 로봇 하드웨어 플랫폼에서 수집된 데이터 세트를 접목해 학습 능력을 강화했다. 사람을 통한 동적 학습과 데이터 세트를 이용한 정적 학습을 접목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 방식을 통해 모바일 알로하가 50회의 데모만으로도 행동 복제의 성공률이 90%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와인잔 닦기나 엘리베이터 타기는 성공률이 95%에 달하고, 하이브파이브와 수납장 이용하기, 프라이팬 닦기, 의자 정리하기도 80%가 넘는다. 유일하게 새우 요리하기만 성공률이 40%에 그쳤다. 요리가 끝난 새우를 접시에 담는 동작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알로하는 다른 원격조종 로봇보다 설치 비용도 많이 적다. 연구진이 논문에서 밝힌 모바일 알로하 설치 비용은 3만2000달러(약4200만원) 수준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이 비용을 2만달러(약2600만원)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현재 나와 있는 대부분의 원격조종 로봇의 가격이 20만달러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연구실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구진은 “모바일 알로하를 설치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을 줄이고 로봇 팔의 높이에 더 많은 자유도를 주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라며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로봇이 자율적으로 동작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동작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arxiv, DOI : https://arxiv.org/abs/2401.02117

https://mobile-aloha.github.io/

모바일 알로하 유튜브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