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스마트폰 사용자의 언어 사용 패턴을 분석해 정신 건강을 진단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선보였다./한국과학기술원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실시간으로 우울증, 스트레스, 불안 증상을 확인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나왔다. 정신 건강에 문제를 겪는 현대인들에게 간편한 자가 진단법으로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성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21일 스마트폰에서 언어 사용 패턴을 분석해 정신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AI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정신질환 진단은 환자가 직접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고, 의료진과 상담하면서 사용하는 언어를 분석해 이뤄진다. 연구진은 언어를 통해 우울증 증상을 진단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상황 인식 언어 학습(CALL)’ 기반 우울증 진단 AI를 개발했다. 상황 인식 언어 학습은 사용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자주 사용하는 언어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가령 낮보다는 저녁 시간에 가족이나 친구와 나누는 대화에서 정신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단서가 많다고 AI가 판단해 중점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패드 테라피스트(FedTherapist)’라고 이름 붙은 이 AI는 사용자가 스마트폰에서 작성한 메시지를 분석하고 마이크에서 녹음한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신 건강 상태를 진단한다. 언어 데이터에 포함된 사용자의 민감 정보는 ‘연합학습 AI’ 기술로 유출을 막았다.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모아 처리하지 않고 각 장치에서만 학습하는 방식으로 개인 맞춤형 학습을 구현하는 데 장점을 갖고 있다.

연구진은 46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정신 건강 진단 AI의 정확도를 확인했다. 그 결과, 진단 정확도를 나타내는 ‘AUROC’가 기존 비언어 기반 진단법에 비해 0.1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진율을 의미하는 ‘MAE’도 8.2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정확도로 사용자의 정신 건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교수는 “개인정보 유출이나 사생활 침해에 대한 걱정 없이 스마트폰으로 정신건강 상태를 진단 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연구가 서비스화돼 사회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ˮ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박성준 소프트리에이아이 대표, 윤신 리우 중국 칭화대 교수, 최진호 미국 에모리대 교수가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자연어처리 분야 학회인 ‘EMNLP’에서 발표됐다.

참고자료

EMNLP, DOI: https://doi.org/10.18653/v1/2023.emnlp-main.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