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극한의 고온과 강한 자외선을 견딜 수 있는 전도성 열복사 제어 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열을 재사용하거나 항공우주 장비에 사용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김종범 나노포토닉스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공기 중 섭씨 1000도의 고온과 강한 자외선에서 광학적 특성을 유지하는 복사 스펙트럼 제어용 소재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열복사는 온도를 가진 물체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로, 태양에서 지구로 유입돼 온실효과를 발생시키는 ‘태양 복사 에너지’가 대표적이다. 화력 발전소나 제조업 공장에서도 열복사 에너지가 발생한다. 특히 열복사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해 전력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 열복사를 제어하기 위해선 극한의 환경을 견디는 소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희토류인 란타넘을 주석산염에 도핑해 레이저 증착법으로 나노 단위의 얇은 박막을 만들었다. 소재는 란타넘과 주석산염의 원소 기호를 합쳐 ‘LBSO’로 부른다. LBSO는 고온에서 산화되는 텅스텐과 니켈 같은 기존 내화성 소재와 달리 섭씨 1000도와 강한 자외선에도 성능을 유지했다. 불에 잘 타지 않고 견디는 내화성 소재이면서 전도성을 잘 유지하는 특성을 가진 것이다.
특히 LBSO는 열광전지(TVP)로의 가능성이 확인됐다. 열광전지는 태양 빛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전지와 다르게 뜨거운 물체에서 나오는 광자로 전기를 생산한다. 일반적으로 물체가 열을 흡수하면 매우 넓은 파장대의 복사에너지를 방출해 효율이 떨어지는데, LBSO는 파장대를 선택해 열을 방사해 발전 효율이 높다. 연구팀은 LBSO를 다층 박막 구조로 제작한 결과, 열과 빛에 대한 안정성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소재가 산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과정 없이 열복사를 열광전지 셀에 전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LBSO는 열광 발전 기술을 기반으로 에너지 생산·소비 과정에서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폐열을 재활용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강한 자외선에도 성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항공우주 분야에 열을 관리하는 기술로 사용될 수도 있다.
김종범 선임연구원은 “날씨에 따라 전기 생산량이 달라지는 태양광이나 풍력 재생에너지 대안으로 복사에너지를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열광 발전이 주목받고 있다”며 “LBSO 소재로 열광 발전의 상용화를 앞당겨 기후변화 대응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IST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지난달 23일 게재됐다.
참고자료
Advanced Science, DOI: https://doi.org/10.1002/advs.202302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