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각으로 23일 오후 2시 현재 북한 군사정찰위성의 현재 위치입니다. 이제 막 북유럽과 가까운 러시아를 지나고 있네요.”
북한이 지난 21일 늦은 밤에 쏘아올린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가 지구 궤도에 안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북한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가 성공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북한이 쏘아 올린 만리경-1호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위성의 충돌위험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우수 상황인식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스페이스맵의 김덕수 대표는 사흘 동안 만리경-1호를 추적한 데이터를 공개했다.
스페이스맵에 따르면 만리경-1호는 고도 493~512㎞를 날고 있다. 스페이스맵은 미우주군의 자료를 하루에 세 번씩 받아서 위성의 위치를 추적하고 있다. 미우주군은 만리경-1호에 ‘malligyong-1/58400′이라는 정식 명칭도 부여했다.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했다고 본 것이다.
최승환 스페이스맵 매니저는 “만리경-1호의 한반도 상공 재방문 주기는 13시간 정도”라며 “오전 10시쯤에 지나갈 때 한국에 대한 관측을 실시할 것으로 보이고, 오후 11시에 한반도를 지나갈 때는 북한과 교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만리경-1호의 궤도는 항상 한반도 좌측, 서해쪽을 지나고 있다. 한반도 정중앙을 지나지 않지만 광학카메라를 틀어서 촬영할 수 있기 때문에 관측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스페이스맵이 추정한 만리경-1호 관측 가능 구역을 보면 한국 전체가 포함된다.
만리경-1호는 24일 오전 10시 19분 53초부터 10시 21분 41초까지 대략 2분 정도 서울을 촬영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앞으로 매일 2분 정도 한국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스페이스맵은 예상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러시아, 미국, 인도 등 만리경-1호는 지구 전역을 관측할 수 있다. 스페이스맵은 24일 만리경-1호의 위치를 일반인들이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를 오픈할 계획이다.
만리경-1호가 매일 한반도를 지나가지만 실제 군사정찰위성의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다. 군사정찰위성이 의미 있는 관측 데이터를 얻으려면 광학카메라의 해상도가 적어도 1m 이하는 돼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은 이미 10~20㎝ 수준의 해상도를 가진 군사정찰위성을 운용하고 있고, 한국도 30㎝ 수준의 해상도를 가진 군사정찰위성을 곧 발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만리경-1호의 해상도는 3m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5월과 8월에 발사에 실패한 만리경-1호의 해상 잔해를 우리 군이 수거한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이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 위성연구2실장은 “해상도가 3m라는 건 자동차를 찍었을 때 픽셀 2개 정도로밖에 안 나오는 수준이다. 자동차가 있다는 건 알 수 있어도 자동차의 차종은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군사정찰에 사용할 정도의 수준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리경-1호에 이어 2호, 3호까지 계속 궤도에 올라가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은 한반도 상공 재방문 주기가 13시간인데, 여러 기의 위성을 운용하면 재방문 주기를 2시간 안팎으로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해상도가 다소 낮더라도 군사정찰의 목적을 어느정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해상도가 낮더라도 없는 것보다는 당연히 낫다”며 “정찰위성을 여러 대 보유하면 북한의 군사작전 능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