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의 현택환 단장(서울대 석좌교수)과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의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단장 대행(UNIST 특훈교수)이 함께 촉매의 성능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 AI를 이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그린수소 생산 성능을 갖춘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촉매까지 발견했다.
IBS 연구진은 AI 기반의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촉매 성능 예측 시스템을 고안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이날 게재됐다.
수소는 효율적이고 안전한 재생에너지다. 다양한 생산 방법 중에서도 수전해 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얻은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이 없어 진정한 친환경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수전해 기술 상용화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산소 발생 반응이다. 전기로 물을 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발생한다. 그런데 산소 발생 반응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전체 수소 생산 속도도 덩달아 늦어졌다. 산소 발생 반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리듐이나 루테늄 같은 귀금속 촉매를 쓰는 방법도 있지만 가격이 비싸 비용 문제가 대두됐다.
귀금속계 촉매 대신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촉매를 쓰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촉매는 전기화학적 특성이 우수하고, 다양한 원소를 조합해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조합 가능성이 워낙 많아 어떤 조합이 최적인지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IBS 연구진은 AI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40개의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촉매를 합성하고, 실험을 통해 데이터 세트를 구축했다. 이후 작은 규모의 데이터 세트만으로도 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한 능동 학습 기반 AI에 데이터 세트를 학습시켰다. 학습을 마친 AI로 1만 가지의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촉매 후보의 성능을 예측했다.
그 결과 칼슘과 프라세오디뮴, 코발트, 철 등 비교적 값이 싼 비귀금속으로 구성된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촉매(CPCF)를 찾았다. 기존에 가장 높은 그린수소 생산 성능을 보인 이리듐 촉매 대비 가격이 10분의 1 수준이면서도 성능도 초기 6시간은 우수했다. AI가 예측한 성능과 실제 성능 사이의 오차도 1%에 불과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문준석 연구원은 “페로브스카이트 촉매 개발에 AI를 접목한 기존 연구는 AI가 예측한 성능과 실제 성능이 상이하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능동 학습 기반 AI를 구축한 덕분에 수십 개 물질 규모의 작은 데이터세트만으로 정확한 예측 도구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택환 단장은 “그린수소 생산의 걸림돌이었던 느린 산소 발생 반응 문제를 해결하고, AI를 활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그린수소 생산 촉매를 발견했다”며 “촉매뿐만 아니라 배터리, 연료전지 등 소재 전 분야에서 최대 성능을 가지는 챔피언 물질을 발견하는 데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