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줄지어 들어선 서울 종로와 을지로, 회현이 낮 시간 여름철 폭염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여름 밤에는 서울 도심에서 벗어난 서울 가양동과 천호동, 북아현동이 뜨거운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폭염 위험도 평가 기술로 분석한 결과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임정호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팀이 인공지능(AI) 모델링을 이용해 폭염 위험성을 평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서울의 일별 최고·최저 온도를 높은 해상도로 분석하고 폭염 위험성 지도를 제작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도시 지역의 폭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로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총 2818명으로, 지난해(1564명)보다 80.2% 늘었다. 사망자는 지난해보다 9명 많은 32명이다.
기존 폭염 위험도 평가 기술은 위성 기반의 지표면 온도와 거주 인구를 주로 활용해 사람들이 실제로 느끼는 대기 온도와 인구 생활 범위를 반영하지 못한다. 지표면 온도는 사람이 느끼는 지상 1.5m 높이의 온도와 차이가 있고, 거주 인구는 사람들의 일상 활동을 의미하는 생활 인구와 거리가 멀다.
연구팀은 AI를 이용해 일일 최고·최저 기온을 행정동별로 파악했다. 또 실시간 생활인구 데이터를 적용해 폭염 위험성을 행정동별로 현실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서울의 낮과 밤의 폭염 양상이 다르게 나타났다. 낮에는 인구 활동이 밀집된 서울 종로·을지로·서대문·시청·회현 등 도심에서, 밤에는 서울 가양동·북아현동·천호동 등 도시 주변부 폭염 위험도가 높았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낮과 밤의 ‘폭염 위험성 지도’를 만들었다. 특히 ‘낮 폭염 위험성 지도’는 2018년 여름 서울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 분포자료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거주 인구를 기반으로 한 기존 연구와는 달리 시공간 변화를 감지해 열 위험지역을 정확히 파악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임정호 교수는 “AI 기반 폭염 위험성 평가 기술은 열 위험에 대응하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행동 계획을 수립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한파 위험성 평가와 대응 기초 기술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기상청과 환경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지난달 3일 온라인 게재됐다.
참고자료
iScience, DOI: https://doi.org/10.1016/j.isci.2023.108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