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친환경 수소를 높은 효율로 만들 수 있는 촉매 개발에 성공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주목받는 수소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심우영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실리콘을 기반으로 수소 생산용 광촉매를 개발해 수소 생산 효율을 2.7배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수소는 생산 방법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현재 생산되는 수소의 96%가량은 화석연료에서 만들어지는 ‘그레이수소’다. 그레이수소는 천연가스에 포함된 메탄을 분해해 만들어지는 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배출된다는 단점이 있다.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배출량을 줄인 방식으로 생산한다.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전혀 없는 ‘그린수소’는 태양광,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만들어진다.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만들어진 전기에너지로 물을 분해하거나 촉매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금속화합물을 기반으로 한 광촉매는 태양광을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고, 독성이 있어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연세대 연구진은 금속화합물 광촉매를 대체할 실리콘 기반 광촉매를 개발했다. 실리콘 기반 광촉매는 태양광으로 수소를 만드는 데 적합하고, 오염 물질도 배출하지 않아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수소 생산 효율이 낮다는 문제로 상용화가 이뤄지고 있지 못하던 상황이다.
연구진은 촉매를 구성하는 실리콘의 구조를 개선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실리콘을 여러 층으로 만들어 태양광 흡수와 수소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층 구조는 칼슘-실리콘 화합물에서 칼슘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만들고 열처리를 통해 실리콘층의 표면도 개선해 태양광 흡수율을 높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광촉매는 자외선, 가시광선을 모두 흡수해 태양광 에너지의 44%를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금속화합물 촉매가 자외선만 흡수할 수 있어 태양광 에너지의 4%만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배 많은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촉매의 수소 생산 효율을 나타내는 ‘겉보기 양자효율(AQY)’도 12.1%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연구진은 현재까지 개발된 실리콘 광촉매보다 2.7배 높은 성능으로, 금속화합물 광촉매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된 실리콘 광촉매를 활용하면 수소를 활용한 친환경에너지 전환을 가속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심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광촉매는 분말 형태로 물 속에서 태양광을 흡수해 수소를 만들 수 있다”며 “촉매의 유지 기간과 재사용 공정을 추가로 연구해 상용화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 화학회 저널’에 지난 달 6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DOI: https://doi.org/10.1021/jacs.3c077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