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우주인들이 달 표면에서 탐사를 하는 모습의 상상도. 나사는 2030년 이전에 달에 기지를 세워 우주인을 장기 체류시키겠다고 공식 발표했다./NASA

한국이 미국의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Artemis)’에 전 세계 국가 중 10번째로 가입하고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을 포함해 중국과 유럽, 인도 등 주요 선진국들이 치열한 달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미 항공우주국(NASA)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하위 프로젝트인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에 참여하기 위해 올해 9월까지 138억원을 투입했다. NASA는 오는 2024년 아르테미스 2호와 2025년 아르테미스3호로 달 궤도 유인 비행과 달 착륙에 나설 계획이다.

과기정통부가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며 내세운 사업은 한국형 달궤도선 ‘다누리’와 CLPS다. 다누리는 달의 음영지역을 촬영하기 위해 NASA가 제작한 섀도우캠(ShadowCam)을 실어 아르테미스 관련 사업으로 포함됐다. 하지만 한국이 아르테미스 협정에 가입한 2021년 6월의 5년 전인 2016년에 달탐사사업이 시작됐기 때문에 다누리가 달 착륙에 기여는 하겠지만 아르테미스를 목적으로 개발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CLPS는 달의 과학적 탐사와 상업 개발 등에 관련된 탑재체를 무인 달 착륙선에 싣는 NASA 주관 프로젝트다. 한국은 CLPS에 참여하기 위해 ‘민간 달 착륙선 탑재체 국제공동연구’ 사업에 187억2100만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고, 현재 138억원이 집행됐다. 내년 예산은 33억2100만원이다. 다누리를 제외하면 아르테미스에 배정된 예산이 2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미국이 CLPS에 쏟아붓는 예산인 26억 달러(3조3586억원)에 비교하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한국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CLPS에서도 성과는 저조하다. 애초 CLPS를 위해 개발한 탑재체는 한국천문연구원이 주도적으로 만든 ‘달 우주 환경 모니터(LUSEM)’를 비롯해 ‘달 자기장 측정기(LSMAG)’, ‘달 우주방사선 측정기(LVRAD)’, ‘그레인캠스(GrainCams)’다. 지난달 미국으로 떠난 LUSEM을 제외하면 나머지 탑재체들은 NASA로부터 투입 결정을 받지 못했다.

문제는 이외에 협력하는 사업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4월 미국 국빈방문 당시 과기정통부는 NASA와 공동성명을 체결하고 아르테미스의 전초기지인 달 궤도 우주 정거장 ‘게이트웨이’ 연구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도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한국이 아르테미스 협정에 서명한 2021년부터 보자면 2년이 흘렀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센터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방문하고 있다./NASA

반면 아르테미스 협정에 서명한 다른 아시아 국가인 일본과 아랍에미리트(UAE)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게이트웨이 건설에 직접 나서고, 물류 재공급 임무를 위해 ‘HTV-XG’ 우주선을 개발할 만큼 핵심 파트너로 꼽힌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14년 만에 우주비행사 선발에 나서기도 했다. 일본은 또 아르테미스 참여를 계기로 본격적인 달 시대를 대비해 도요타를 비롯한 민간 기업들과 월면차, 달 운송 보험 같은 다양한 산업 혁신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다. 또 최근 아르테미스에 이어 화성까지 가는 탐사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때 한국이 우주기술을 전수한 UAE도 정거장 내부의 압력 차이를 유지하는 ‘에어록(Airrock)’을 개발해 NASA에 제공하고, 우주비행사를 양성해 달 착륙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캐나다는 자체 발사체 기술이 없지만 우주왕복선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로봇팔을 공급한 경험을 살려 달 궤도 정거장인 루나게이트웨이에 로봇팔을 제공하는 댓가로 2명의 우주인을 달에 보내는 기회를 얻었다.

조승래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시작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이외에는 실제로 확대된 사업이 거의 없는 셈”이라며 “정부는 치적 홍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사업 참여 확대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아르테미스 협정에 참여한 유럽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사업 규모가 아쉽긴 하다”면서도 “과학계의 요청사항을 수렴해 올해 4월 국빈 방문 당시 공동성명을 토대로 NASA와 실무자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주개발 신흥국 중에선 한국이 가장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우주 분야 한 전문가는 “아르테미스 사업을 강력히 주도할 동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정부 구조에선 그럴 수 있는 조직이 없다”며 “우주항공청이 출범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