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독일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양자 엔진'의 작동 원리. 응축할 수 있는 보손 입자와 응축되지 않는 페르미온 입자의 변환을 이용해 피스톤을 움직여 에너지를 만든다./미리엄 네베

양자 입자의 종류를 바꿔 엔진을 움직이는 ‘양자 엔진’ 기술이 개발됐다. 미래에는 전기차·수소차의 뒤를 이어 양자 엔진으로 움직이는 양자차가 도로를 달릴 가능성도 열렸다.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연구소(OIST)와 독일 카이저슬라우테른란다우대, 슈투트가르트대가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2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양자역학적 효과를 이용한 양자 엔진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토마스 부슈 OIST 양자시스템유닛 교수는 “두 종류의 양자 입자를 서로 전환하는 작업을 반복하면 열을 사용하지 않고도 엔진에 동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는 양자 기술을 각국의 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양자센서가 대표적인 양자 기술로 꼽힌다. 양자통신을 제외하면 아직 상용화된 사례는 없으나 기존 방식보다 정교한 계산과 측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진은 엔진에도 양자역학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양자 엔진’ 개발에 나섰다. 기존에 사용되던 엔진은 내부에서 연료와 산소를 섞어 점화하고 폭발시켜 피스톤을 움직이게 한다. 이를 이용하면 동력이나 전기에너지를 만들 수 있어 자동차, 로켓에 주로 사용된다. 반면 양자엔진은 가스 입자의 양자 특성을 활용해 피스톤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양자 엔진에는 양자역학 이론 중 하나인 ‘파울리 배타원리’가 적용됐다. 파울리 배타원리는 하나의 양자 상태에서 두 개의 페르미온이 존재하지 못한다는 이론이다. 페르미온은 보손과 함께 기본입자를 구성하고 있다. 페르미온은 배타원리에 의해 한 장소에 여러개가 존재하지 못하지만 보손은 같은 장소에 여러 입자가 존재할 수 있다. 페르미온을 대표하는 입자는 전자, 보손을 대표하는 입자는 광자(빛 입자)다.

부슈 교수는 “보손을 분해하면 2개의 페르미온이 나오고, 2개의 페르미온을 결합하면 보손이 된다”며 “이를 이용해 연료를 폭발하는 것처럼 큰 부피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압축된 보손을 페르미온으로 바꾸면 입자 수와 파울리 배타원리에 의해 부피가 크게 증가하고, 반대로 페르미온을 보손으로 바꾸면 손쉽게 부피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양자 엔진에 ‘파울리 엔진’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기체 상태의 리튬을 초유체로 만들어 연료로 사용했다. 초유체는 점성이 전혀 없는 상태로 보손처럼 한정된 공간에 응축하는 것이 가능하다. 리튬 초유체는 양자엔진 내부에 강한 자기장을 이용해 압축된다.

연구진은 양자 엔진 내부의 보손을 페르미온으로 변환하고 이를 다시 보손으로 바꾸는 과정을 반복해 피스톤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다만 에너지 효율은 기존 엔진의 2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온도가 높아지면 양자 효과가 사라지는 만큼 양자 엔진은 영하 273도에 가까운 초저온에서만 작동한다는 문제도 있다. 초저온은 만드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를 고려하면 당장 상용화하기에는 무리다.

키르시 메논 OIST 연구원은 “양자 엔진은 매우 효율적인 방식이지만 이제 막 작동이 가능하다는 개념이 나온 상황”이라며 “양자 엔진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열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연구진은 양자 엔진과 관련한 이론을 보완하고 성능을 높이기 위한 추가 연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아르투르 위데라 독일 카이저슬라우테른란다우대 교수는 “양자 엔진 기술을 더 보완하면 배터리, 냉장고 같은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만큼이나 양자기술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646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