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터펄트(Catapult)’는 고대 그리스에서 사용한 투석기다. 주로 적국의 성을 공략하기 위해 사용됐다. 그련데 이 단어가 영국에서는 국책연구소의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가가 지정한 핵심 기술을 산업화하기 위해 영국 혁신청 산하 총 10개의 국책연구소에 캐터펄트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영국 정부는 ‘미래먹거리’가 될만한 기술 분야를 꼽아 캐터펄트를 세웠다. 그중 하나가 풍력과 조력, 파력을 이용한 해상재생에너지(Offshore Renewable Energy·ORE)다. 영국은 해상풍력 누적 설치량을 2010년 1.3기가와트(GW)에서 2022년 13.7GW로 10배 이상 늘렸다. 향후 2030년엔 해상풍력 발전량을 50GW까지 올려 가정에서 쓰는 전기는 모두 재생 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다.
이현주 ORE 캐터펄트 터빈시스템팀장은 2007년까지 효성중공업에서 해상풍력 시스템을 개발하다 영국으로 건너간 한인 엔지니어다. ORE 캐터펄트에서 해상풍력의 발전 효율을 끌어올리는 터빈시스템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이 팀장은 14일 한국공학한림원이 개최한 ‘한-영 정책기술포럼’에 참가해 영국이 해상풍력 강국에 오른 이유로 ‘산업 생태계 조성’을 꼽았다. 그는 “영국은 정권이 교체돼도 해상풍력 발전 시장이 안정적일 거라는 신호를 계속 줬다”며 “비록 해상풍력 개발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선도 국가가 된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영국은 2009년부터 해상풍력에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거액을 들여 해안에 해상풍력 단지를 만들고 사용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부여했다. 그동안 해상풍력 터빈의 효율이 올라가면서 MWh당 48파운드(8만원) 정도로 단가가 내려가 조력이나 파력 발전보다는 풍력발전에 집중했다. 시장 활성화에 기술까지 받쳐주면서 영국 해상풍력은 계속 성장했다.
이 팀장은 “해상풍력 산업의 발전은 깨끗한 에너지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회”라며 “해상풍력은 타워를 설치하고 유지보수하는 인력이 필수이기 때문에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국가 에너지 계획은 다양한 에너지원이 혼합된 형태로 계획된다. 이 팀장도 해상풍력이 좋다고 해서 한쪽으로만 에너지원이 치우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터빈시스템이 아니더라도 해상풍력 발전기에 필요한 타워나 케이블 부분에서는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영국의 에너지 비율을 보면 지난해 원자력과 화력, 재생 에너지를 모두 사용해 발전량을 충당하고 부족한 부분은 유럽 대륙에서 끌어온다”며 “한국의 경우 원자력 발전을 그동안 잘 해왔으니, 당연히 재생 에너지를 갑자기 늘리는 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아제강지주(003030)의 경우 영국 해상풍력 시장을 보고 타워를 공급하기 위해 현지 공장을 짓고 있다”며 “한국이 해상풍력 기술로는 시장 진입이 어렵지만, 중공업이 발달한 만큼 기반 시설에서는 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