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이 차세대 반도체의 성능 저하를 유발하는 잔여물을 최소화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기존 방식(PMMA method)으로 반도체를 만들었을 때는 잔여물이 많이 남으나, 새로운 방식(PPC method)을 적용하면 잔여물이 거의 남지 않는다./기초과학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반도체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차세대 반도체의 상용화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섰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영희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구조물리 연구단 단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5일 윤미나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 그룹리더 연구진과 공동으로 차세대 반도체의 성능 저하를 유발하는 잔여물이 남지 않는 새로운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성능을 높인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전계효과트랜지스터(FET)의 성능을 개선해야 한다. 전계효과트랜지스터는 전기장을 사용해 반도체를 통과하는 전류 흐름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기존 방식보다 좁은 면적으로 회로를 집적할 수 있고 전력 소모도 매우 적다는 장점이 있다.

전계효과트랜지스터의 성능을 높일 신소재로는 전이금속디칼코게나이드(TMD)가 최근 주목 받고 있다. 우수한 물리·전기적 특성을 갖고 있으면서 반도체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제작 공정에서 지지체로 사용하는 물질이 소자에 남아 성능을 떨어뜨리는 문제 때문에 상용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IBS 연구진은 신소재를 지지체로 도입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지금까지 2차원(2D) 반도체 소자 공정에서는 절연체인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을 지지체로 사용해왔다. 연구자들은 폴리메타크릴산메틸을 대체할 다양한 소재를 개발해 왔으나 여전히 잔류물로 인한 성능 저하를 막지는 못하던 상황이다.

연구진은 수㎝ 크기의 이황화몰리브덴(MoS₂)을 기반으로 2D 반도체 물질을 합성한 후 폴리프로필렌 카보네이트(PPC)를 지지체로 사용해 회로를 그렸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일층 이황화몰리브덴 소자에는 폴리프로필렌 카보네이트가 0.08% 수준의 극소량만 남아 성능 저하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 기존 공정에서 문제가 됐던 단일층 반도체 소자의 구조 변형 문제도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폴리프로필렌 카보네이트와 이황화몰리브덴 사이의 흡착에너지가 작아 표면 위에서 쉽게 분리되는 만큼 잔여물이 남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개발한 소자의 성능을 확인한 결과, 기존 방식으로 만들었을 때보다 반도체 성능 저하를 유발하는 옴접촉저항은 85%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능력인 온/오프 비율은 1000배 가량 증가해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이 단장은 “새롭게 개발한 2D 소자 제조 공정은 대면적 전이금속디칼코게나이드 소재를 고성능 전자기기 소자로서 활용하기 위한 이상적인 플랫폼”이라며 “폴리프로필렌 카보네이트 지지체를 이용한 2D 반도체 소재 기술을 소자 집적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5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Nature Nanotechnology, DOI: https://doi.org/10.1038/s41565-023-01497-x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 왼쪽부터 이영희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구조물리 연구단 단장, 찬단 비스와스 연구위원, 몬단 아쇽 학생연구원./기초과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