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기존 무기물 전극을 대체할 수 있는 유기물 전극을 개발했다. 유기물 전극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수명 문제를 해결했고 생산 방식도 간단하다. 차세대 이차전지 상용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호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소재융합측정연구소 스마트소자팀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송재용 포스텍(포항공대) 반도체공학과 교수와 공동으로 차세대 이차전지에 활용할 수 있는 용량과 수명이 우수한 유기물 전극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전극은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같은 무기물을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광물 자원은 지역에 따라 매장량에 큰 차이가 있고 규모가 한정적인 만큼 국제 정세에 따라 수급이 어려워진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유기물 기반 전극은 무기물 전극의 이런 단점을 대체할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특히 매장된 자원을 채굴해야 하는 무기물과 달리 유기물은 손쉽게 합성할 수 있어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다. 또 무게를 줄이면서도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유기물 전극은 배터리가 충·방전되면서 전해질 용액에 녹아 수명이 급격히 저하된다는 한계가 있다. 안정적인 구조로 합성해 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으나 공정이 복잡하고 생산 효율이 떨어진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표준연 연구진은 나노복합소재를 사용해 유기물 전극의 수명을 크게 늘리는 데 성공했다. 화학적 합성법 대신 재료를 섞는 방식으로 공정도 간단해 상용화에 유리한 방식이다.
연구진은 유기물 전극의 재료 중 하나인 디메틸페나진(DMPZ)과 페릴렌테트라카르복실 디언하이드라이드(PTCDA)에 주목했다. DMPZ는 초기 용량이 크고, PTCDA는 수명이 길다는 특징이 있다. 두 재료를 얼린 후 잘게 간 가루를 섞어 유기물 전지를 만들어 용량과 수명을 모두 높인 유기물 전극을 만들었다.
실제로 제작한 전극의 성능을 확인했을 때도 기존 방식보다 긴 수명을 나타냈다. 650회 이상 충·방전을 반복했을 때 초기 용량이 90% 이상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DMPZ를 단독으로 사용한 전극은 5번 충·방전을 때 수명이 20% 수준으로 급감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배터리뿐 아니라 수전해, 가스 센서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유기물 기반 전극의 전기화학적 안정성과 수명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신 팀장은 “그린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기존 이차전지의 한계를 뛰어넘을 소재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차세대 이차전지 실용화를 한층 앞당기고 다양한 분야에서 유기물 기반 전극의 연구개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에너지 스토리지 머티리얼스’ 8월호에 소개됐다.
참고자료
Energy Storage Materials, DOI: https://doi.org/10.1016/j.ensm.2023.1028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