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신을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관찰한 모습./ 시카고대

최근 상온 초전도체에 이어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물질이 있습니다. 바로 맥신(MXene)입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이 맥신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발표하면서 주식시장이 들썩였습니다. 보도자료를 배포한 KIST에서도 당황할 정도입니다. KIST 관계자는 “주식시장이랑 아무런 상관이 없는 연구 결과인데…”라며 말을 흐렸습니다.

맥신은 과학계에서도 ‘꿈의 물질’이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일반 시민에게 물어보면 ‘그게 뭐야?’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아직은 생소한 물질입니다. 맥신은 2011년 처음 발견됐고, 여전히 활발한 연구가 필요한 물질입니다. 그러다 보니 과학에 웬만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상 맥신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왜 맥신은 ‘꿈의 물질’로 불릴까요. 그리고 ‘맥신 테마주’라는 게 나올 정도로 상용화를 앞둔 상황일까요. 조선비즈는 맥신 대량생산의 시작을 알린 이승철 KIST 한국·인도협력센터장과 함께 맥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맥신을 처음 발견한 유리 고고치(Yuri Gogotsi) 미국 드렉셀대 재료공학부 교수./드렉셀대

◇금속·알루미늄·탄소의 조화로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맥신

맥신은 2011년 우크라이나 출신의 유리 고고치(Yuri Gogotsi) 미국 드렉셀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우연히 발견한 신소재입니다. 맥신은 ‘맥스(MAX)’라는 돌처럼 생긴 세라믹 물질을 기반으로 만듭니다.

맥스란 금속을 의미하는 M, 알루미늄 A, 탄소 X를 합성한 것으로 자연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물질입니다. 맥스를 강한 산이 포함된 수용액에 넣으면 알루미늄 원소가 없어지고 일정한 구조를 갖는 1㎚(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수준의 2차원 물질이 만들어집니다. 수용액에 있는 산소와 불소 같은 작용기 분자는 맥신 표면에 남게 됩니다.

맥신이 주목받는 신소재가 된 건 조건에 따라 색을 바꾸는 카멜레온 같은 특성 때문입니다. 맥신은 합성하는 금속과 탄소 종류에 따라 성질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없어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구조체 모양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심지어 맥신을 만들 때 사용하는 수용액의 종류에 따라서도 성질이 달라집니다. 어떤 맥신은 자성을 띠기도 하고, 어떤 맥신은 전기전도성을 보여 반도체에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맥신 제조과정에 따라 만들 수 있는 종류가 수천에서 수만 개에 이를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맥신 개념도./KIST

◇저전력·고효율 기술시대의 필수 물질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으로 전자기기가 고도로 발전하면서 저전력과 고효율을 특징으로 한 소자 개발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금 사용하는 물질로는 미래 기술이 요구하는 많은 데이터 처리량과 전송량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 반도체에 필요한 물질의 매장량과 채굴량에 한계가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맥신은 과학기술계가 안고 있는 난제를 해결할 물질로 기대를 모읍니다. 비슷하게 주목받는 물질로는 ‘그래핀(Graphene)’이 있지만 구조와 물질의 유연성이 맥신보다는 부족합니다. 쉽게 레고 장난감에 비유하면 그래핀은 같은 색깔에 똑같은 블록만으로 물체를 만드는 것이고, 맥신은 다양한 색과 모양의 블록으로 물체를 만드는 겁니다. 그만큼 맥신이 다양한 종류의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맥신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전기전도성과 친수성입니다. 또 크기도 ㎚ 수준으로 작아 반도체 소형화에도 유리합니다. 맥신을 완벽하게 대량생산할 수 있다면 자연계에 희귀해 값이 비싼 희토류 대신 맥신이 전자기기와 전기차 내부를 채울 겁니다. 이 센터장은 “맥신이 개발되면 기존 제품들에서 발생하는 전자기파 장애도 해결된다”며 “저전력, 고효율 시대에 맥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도체 후공정 모습. 맥신은 높은 전기전도성을 가져 반도체에 적용될 수 있다./ETRI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 멀다

과학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맥신이지만,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먼 게 현실입니다. 보통 과학계는 실험실 수준의 과학 기술이 상용화된 기술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50년으로 잡습니다. 맥신이 발견된 지 불과 13년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상용화는 너무나 먼 셈입니다. 아직 맥신 합성에 따른 특성을 다 알지도 못하고, 사용 수명이 1년에 불과할 정도로 안정성도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이 센터장을 중심으로 한 KIST 연구팀이 이달 17일 내놓은 연구결과는 눈여겨 봐야 합니다. 계산수학 전문가인 이 센터장은 맥신 표면의 분자 분포를 예측해 특성에 맞게 분류하거나 생산공정을 변경할 수 있는 맥신 분석법을 개발했습니다. 그동안 맥신 합성의 불확실성이 커서 원하는 맥신을 생산하기 어려웠다면, 이젠 KIST 연구팀이 개발한 분석법으로 원하는 맥신을 생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이 센터장은 상용화는 멀었다고 지적합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맥신 관련 테마주가 요동치는 모습을 보고 안 좋은 이미지가 생길까 걱정했습니다. 그는 “연구자들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상용화가 앞당겨질 수 있지만, 적어도 1~2년 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꿈의 소재인 건 틀림 없지만 상용화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Nanoscale, DOI: https://doi.org/10.1039/d2nr06409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