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후테크기업 캡추라와 에쿠아틱, 해양연구소 알타씨가 건설 계획 중인 차세대 대규모 DOC 시설 일러스트. 바닷물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를 연간 수천~수백만 톤씩 포집할 계획이다. 시설 주위에는 태양광 패널을 깔아 이산화탄소 포집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전망이다./Captura

국내외 기업들이 깨끗한 물과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면서 대기 중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석삼조’ 시설을 짓고 있다. 해수 속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 또는 활용하는 기술(DOC·직접해양포집)이다.

국내 수처리 전문기업 부강테크는 지난 4월 미국 기후테크기업 캡처6와 손잡고 이르면 내년부터 ‘탄소포집 수처리 시스템’을 짓는다. 이 시스템은 바닷가에서 설치돼 해수를 담수화하거나 산업, 축산 등에서 나오는 하폐수를 깨끗하게 정화하면서 동시에 바닷물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할 예정이다.

캡처6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해 저장, 활용하는 기술(DAC·직접공기포집)을 상용화했다. 하지만 물속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시설을 해상에 지으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캡처6는 기존 해수 담수화 시설이나 수처리 시설에 DAC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28년 동안 수처리 기술을 개발해온 부강테크와 전략적 협약을 맺었다. 강원우 부강테크 마케팅전략팀 리더는 “아직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이르면 내년쯤에는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상당량 붙잡아 두는 일종의 ‘숲’ 역할을 한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해수에 든 이산화탄소의 양은 대기보다 50~150배나 더 많다.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뜻이다. 또한 공기를 압축하는 등 전처리 과정이 줄어들어 비용도 훨씬 저렴하다. 토지를 사용하지 않고 해상 풍력에너지와 결합할 수 있다는 점도 훨씬 친환경적이다.

[미국 기후테크기업 캡처6가 구상하는 탄소포집 수처리 시스템의 모습. 캡처6는 지난 4월 국내 수처리 전문기업 부강테크와 전략적 협약을 맺었다./Capture6]


◇ 캡추라-에쿠아틱이 지은 DOC 시설, 현재 매일 100kg씩 포집

캡추라와 에쿠아틱, 알타씨가 개발한 DOC 시설의 원리. 해수면 상층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남은 바닷물은 다시 바다로 배출한다. 바다는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간 만큼 대기 중에서 다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Captura

해외에서는 이미 해수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이 소규모로 상용화됐다.

지난해 8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뉴포트비치에는 세계 최초로 해상 독립형 DOC 시설이 시범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이 설립한 기후테크기업 캡추라가 지은 시설이다. 이 시설은 연간 1톤 규모로 해수 속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있다. DAC 시설에서는 꼭 필요한 공기접촉기와 이산화탄소 흡수제 등이 필요하지 않아 훨씬 간단하고 저렴하게 탄소를 제거할 수 있다.

캡추라는 지난 4월부터 또 다른 기후테크기업 에쿠아틱, 해양연구소 알타씨와 함께 로스앤젤레스 항구 근처에서 DOC 시설을 짓고 가동 중이다. 이 시설은 바지선에 실려 해수 중 이산화탄소를 매일 100kg씩 포집하고 있다.

이들은 싱가포르 바다에도 이와 비슷한 DOC 시설을 짓고 매일 100kg씩 포집하고 있다. 이 두 시설에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2028년 쯤에는 연간 수천~수백만 톤씩 포집하는 차세대 DOC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해상 DOC 시설은 해수 담수화 시설과 원리가 비슷하다. 바닷물을 끌어모아 그 중 1%를 분리해 농축시킨 다음, 전류를 흘려보내 양이온과 음이온이 각각 음극과 양극으로 나뉘는 ‘전기투석’ 기술을 이용한다. 그러면 해수는 전기막을 통해 산과 염기성 해수로 분리된다. 산이 바닷물 속 중탄산염 이온과 반응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거품이 인다. 캡추라가 개발한 기체-액체 접촉기와 진공펌프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 남은 해수는 다시 알칼리 성분으로 중화시켜 바다로 배출한다.

에쿠아틱 관계자는 “해수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탄산칼슘 등 고체 탄산염 형태로 만들어 오랫동안 저장한다”며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과정에서 물을 전기분해하면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소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캡추라 관계자는 전기투석 기술 효율을 7~10배 향상시켜 DOC에 드는 비용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캡추라 기술로 해수 중 이산화탄소를 1톤 포집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0달러(한화 약 13만3850원) 정도로 추정된다. MIT 연구진은 이보다 더 저렴하게 해수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기 위해 전기투석 과정에서 전기막 사용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DOC 기술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도 있다. 캡츄라 관계자는 “해수가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있는데 그중 일부를 포집하면 그만큼 ‘빈 방’이 생긴다”며 “그만큼 해수가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빨아들여 결국 대기 중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미국 기후테크기업 캡추라가 지난해 8월부터 시범 가동 중인 DOC 시설. 미국 캘리포니아 뉴포트비치에 설치돼 있다. 현재 연간 1톤 규모로 해수 속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있다./Captu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