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상온·상압 초전도체라며 ‘LK-99′ 연구 결과를 공개한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어느 곳에서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꿈의 물질’에 대한 광적인 열기는 사그라들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상온 초전도체 연구자가 연구 윤리 문제로 논문이 학술지 게재가 철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제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미국 로체스터대의 랑가 디아스(Ranga Dias) 교수를 비롯해 10명이 저자로 참여한 2021년 논문을 철회했다. 학술지의 논문 철회에는 디아스 교수를 제외한 9명이 모두 동의했다.
이 논문은 초전도체에 대한 연구 결과를 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미 디아스 교수가 수 차례 데이터 조작 의혹 등으로 논문이 철회된 경력이 있어 연구 윤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술지 측은 “디아스 교수가 과학 논문을 만들 때 사용하는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대신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를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데이터에 오류가 있다”고 밝혔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미국 플로리다대의 제임스 햄린 교수는 2021년 논문에 들어간 그래프의 패턴이 디아스 교수가 2013년 학위 논문에 쓴 그래프의 패턴과 같다는 것도 찾아냈다. 햄린 교수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디아스 교수의 연구에서 데이터 중복이 명백한 사례를 두 가지 추가로 찾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디아스 교수는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로체스터대도 외부 전문가를 통한 조사에 착수했다.
디아스 교수는 2020년 네이처에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가 철회한 전력이 있다. 네이처지는 나중에 실험 자료를 임의로 수정한 의혹을 확인했다. 디아스 교수는 올해 초에도 상온 초전도를 구현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만, 과학계는 이미 한 차례 연구 윤리 논란을 겪은 적이 있는 디아스 교수의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또 한 번 디아스 교수의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서 철회되면서 연구자로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참고자료
Physical Review Letters, DOI : https://doi.org/10.1103/PhysRevLett.131.079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