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후테크 기업인 로우카본은 지난 6월 미국 플로리다주 멀버리 카운티에서 블루수소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블루수소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생산한 수소다. 2025년부터 하루 10t 규모로 생산하기 시작하며, 점차 생산량을 늘린다는 목표다.
이 공장은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CCU)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이 기술을 가진 기업은 로우카본이 유일하다. 미국 청정수소 컨설팅회사인 오션그린하이드로젠이 로우카본의 기술력을 인정하고, 플로리다 수소허브 구축에 나선 이유다.
지난 2월 로우카본은 미국 플로리다 주정부 산하 우주항공기관인 플로리다 우주청(스페이스 플로리다), 오션그린하이드로젠과 3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 4월에는 플로리다주와 플로리다 수소 허브 구축을 위한 합의각서(MOA)에 서명했다.
이곳에서 생산한 수소 연료는 트럭에 실려 플로리다 우주청과 발전소 등 구매자에게 운송된다. 수소 연료를 수송해 구매자에게 공급하는 부분은 오션그린하이드로젠이 맡았다.
이달 9일 서울 구로구 로우카본 서울사무소에서 해니 바눕 오션그린하이드로젠 부사장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수소는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수소 연료를 태우면 산소와 결합해 물이 나올 뿐,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소 연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가.
“현재 우리가 로켓을 발사하거나 전기를 충전하는 등에 쓰는 수소는 그레이 수소다. 석유화학이나 정유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수소를 얻거나 천연가스를 쪼개 수소를 얻는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수소 연료 자체는 청정에너지이지만, 기존 생산 방법으로는 이산화탄소가 지속적으로 배출된다. 물이나 바람,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이 수소(그린수소)를 얻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아직 기술적, 경제적인 한계가 커 상용화가 어렵다.
우리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로우카본의 CCU 기술로 없애(블루수소) 친환경 수소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
- 블루수소를 생산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로우카본의 CCU 기술을 이용해 포집한다는 이야기인가. 이전에도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은 있지 않았나.
“미국 플로리다주를 비롯해 대부분 지역의 기업들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탄소포집저장 (CCS) 기술이 있다. CCS 기술은 발전소나 소각장, 공장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압축한 다음 콘크리트같은 고체에 저장해 지하나 바다 깊은 곳에 보관한다. 당장은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저장한 이산화탄소가 향후 기후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지 검증이 되어 있지 않다. 지진 등 충격으로 저장돼 있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될 위험도 있다.
반면 CCU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잡아 가두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압축하거나 지하나 해저에 저장할 필요가 없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냉매나 드라이아이스로 직접 사용하거나 탄산칼슘이나 탄산나트륨, 콘크리트, 고분자 화합물 등으로 만들 수 있다. 경제적인 활용 가치가 꽤 크다.
로우카본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독보적인 CCU 기술을 갖고 있다.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얻을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90%까지 제거할 수 있다. 이러한 강점 때문에 로우카본과 손잡고 수소 허브를 구축하기로 했다.”
- 한국이 아닌 미국, 미국 지역 중에서도 플로리다에 수소허브를 짓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는 블루수소의 원료인 천연가스가 거의 없다. 중동처럼 천연가스가 풍부한 지역에서 수입해야 한다. 천연가스를 암모니아로 만들어 액화시키면 배에 실어 한국까지 운송할 수 있다. 이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얻는다. 하지만 이 방법은 경제적인 가치가 매우 떨어진다.
미국은 블루수소를 생산하는 원료인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그래서 블루수소를 생산하는 데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플로리다는 세계에서 16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곳이다. 특히 우주산업에서는 75년 전에 이미 로켓을 쐈을 정도로 중심지이다. 로켓 연료는 액화천연가스와 수소를 혼합한 것이다. 그만큼 플로리다에서는 수소 연료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플로리다에는 수소를 생산하는 공장이 없다.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수소를 운송해오고 있다. 2032년 즈음에는 미국 내에서 천연가스 사용을 줄이고 수소 사용을 늘이는 규정이 생길 전망이다. 그래서 플로리다는 수소 허브를 지어 자체적으로 수소를 생산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아주 크게 느끼고 있다.
미국 다른 지역의 수소 생산 공장은 전부 다 그레이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반면 플로리다는 로우카본의 CCU 기술을 이용해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블루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이것은 플로리다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도 최초가 될 것이다.”
- 2025년부터 일일 10톤 규모로 블루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주요 고객은 누구인가.
“주요 고객은 플로리다 우주청이다. 플로리다에 있는 케네디우주센터에서는 매년 로켓을 65~70회 발사하고 있는데, 로켓을 발사할 때 사용하는 연료가 바로 수소 연료다. 로켓을 많이 쏘아 올리는 만큼 수소 연료를 많이 쓴다.
이외에도 힐즈버러 카운티나 탬파시 내 발전소, 공항, 항만에도 우리가 생산한 블루수소가 운송된다. 스쿨버스나 트럭 등 대중교통을 충전하는 데에도 블루수소가 쓰일 것이다. 현재는 수소 연료가 비싼 편이지만 수 년 안에 수요와 공급이 늘어난다면 가격이 훨씬 더 안정화할 전망이다.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
- 블루수소는 향후 어디까지 쓰이게 될까. 일반 기업이나 가정에서도 사용 가능하다고 보나.
“가장 중요한 것은 수소 연료가 가장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이라는 점이다. 전기차만 하더라도 배터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완벽한 친환경 기술이라고 보기 힘들다. 수소 생산 기술에 CCU 기술을 접목한 덕분에 블루수소는 거의 완전한 청정 에너지원이다. 수소와 천연가스를 혼합한 에너지원을 주로 사용하겠지만 결국은 향후 모든 산업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블루수소 생산 초기에는 주로 우주산업과 발전, 공항 등에서 쓰이겠지만 결국은 플로리다 곳곳에서 쓰일 것으로 본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수소 생산 기술도 더욱 발전할 것이므로 기대가 크다. 블루수소로부터 전기를 얻어 일반 기업과 공장부터 대중교통, 개인 차량, 그리고 가정에서까지 쓰일 것이다.
그로 인한 경제적 가치도 수년 후 수십~수백 조로 예상된다. 결국 블루수소 생산 기술과 CCU 기술을 접목한 덕분에 경제성과 생산성 두 가지를 모두 잡았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 목표인 2050 탄소 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