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반도체 소재인 이황화몰리브덴의 성장 온도를 낮추는 기술을 개발했다. 유연 기판 위에서 직접 만들 수 있어 품질을 높일 수 있다./한국연구재단

국내 연구진이 2차원(2D) 반도체 소재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일 합성 기술을 개발했다. 2D 반도체 소재의 성장이 일어나는 온도를 낮춰 고품질의 유연 소자를 만드는 기술이다. 제조 공정을 줄이는 것은 물론 반도체 성능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안종현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2차원(2D) 반도체 소재인 이황화몰리브덴의 합성 온도를 섭씨 150도까지 낮추는 저온 성장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황화몰리브덴은 차세대 2D 반도체 소재로 주목 받고 있다. 원자층 수준의 얇은 두께를 가지고 빛을 흡수하고 내보내는 발광 효과가 우수하다. 유연성도 높아 플렉서블, 웨어러블 전자 소자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고품질로 만들기 위해서는 600~1000도의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다. 전자소자는 기판 위에서 만들어지는데, 플렉서블 소자를 만들려면 유연 기판을 사용해야 한다. 대표적인 유연 기판인 초박막 유리와 플라스틱 기판은 400도 이상에서는 손상이 일어난다. 이 때문에 이황화몰리브덴을 플렉서블 소자로 만들려면 단단한 웨이퍼 기판에서 만들고 유연 기판으로 옮기는 공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손상과 오염이 일어날 수 있어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구진은 이황화몰리브덴이 성장하는 온도를 150도까지 낮춰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이 조건에서 만들어진 이황화몰리브덴으로 플렉서블 전자소자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금속-유기물 증착법(MOCVD) 기술을 사용해 이황화몰리브덴의 성장 온도를 낮췄다. 합성에 필요한 재료를 700도에서 우선 반응 시킨 후 150도 온도로 낮춰 유연 기판에서 성장시키는 방식이다.

유연 기판 위에서 만들어진 이황화몰리브덴으로 광센서를 만들었을 때 가시광선에 대한 반응성이 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탐지가 불가능했던 근적외선 파장대를 탐지하는 것도 가능했다. 형태 변형에도 강해 웨어러블 전자소자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장치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안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이황화몰리브덴 제조 기술은 기존 반도체 후공정에 사용되는 온도 조건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2D 소재를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지난 달 27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Nature Nanotechnology, DOI: https://doi.org/10.1038/s41565-023-01460-w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 왼쪽부터 안종현 연세대 교수, 정운진 공주대 교수, 임성일 연세대 교수, 김관표 연세대 교수, 송봉근 홍익대 교수./한국연구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