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강국들이 심우주 탐사를 위한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는 가운데,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이 우주비행사의 부담을 덜어줄 조력자로 등장했다. 인간형 로봇은 우주방사선과 극심한 온도 변화에 노출될 수 있는 심우주 탐사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존슨우주센터 연구팀이 호주 기업 ‘우드사이드 에너지’와 함께 인간형 로봇 ‘발키리(Valkyrie)’를 테스트했다고 지난 7일(현지시각) 밝혔다. NASA는 심우주 탐사를 위한 인간형 로봇을 만들기 위해 2015년부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노스웨스턴대와 함께 개발을 진행해왔다.
이번 테스트는 바다 한가운데나 오지에서 원격으로 발키리를 조종하면서 각종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발키리는 앞으로 달과 화성의 극한 환경을 이겨내면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우드사이드 에너지는 발키리에 대한 실험 결과를 NASA에 전달할 예정이다.
발키리는 키가 큰 사람 정도인 189㎝의 신장이지만, 무게는 무려 136㎏에 달한다. 머리와 몸통, 팔, 손, 다리, 발목으로 구성된 로봇에는 사람의 동작을 따라 하기 위한 다양한 컴퓨터와 센서, 액추에이터(전기·유압·기압 등을 사용해 기계적 일을 하는 원동기)가 들어갔다. 미국 플로리다 인간·기계 인지 연구소(IHMC)에서 개발한 보행 알고리즘으로 움직임을 개선했다.
머리에는 미국의 카네기로보틱스에서 개발한 ‘멀티센스 SL’ 센서를 장착했다. 이 센서는 레이저와 원근을 판단할 수 있는 스테레오 카메라로 이뤄져 발키리가 거리를 측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몸통에는 컴퓨터와 전원장치, 전·후방 위협·관성을 감지할 수 있는 카메라가 탑재됐다. 몸통과 골반 사이 회전이 가능하도록 액추에이터 두 개도 들어갔다.
섬세한 임무를 수행할 팔과 다리는 유연한 움직임을 위해 다수의 액추에이터와 관절로 이뤄졌다. 다리는 발목까지 총 7개의 액추에이터와 두 개의 관절로, 팔은 4개의 액추에어터와 7개의 관절로 구성됐다. 특히 손가락은 총 6개의 마디로 만들어져 원격 조종만으로 물건을 들고 놓을 수 있다. 로봇에 장착된 배터리는 한 시간 정도 지속되고, 사용하지 않을 땐 충전이 가능하다.
최근 심우주 탐사 목적으로 주로 개발되는 로버는 바퀴가 달리거나 개의 모습을 한 형태로 주로 개발된다. 하지만 NASA는 우주비행사를 대체할 방법으로 인간형 로봇을 개발해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 미션에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2030년에는 달에 기지를 운영할 계획인데, 기지를 조립하거나 장비를 운용하는데 발키리가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우주방사선이나 극단적인 온도 등 우주비행사를 위협할 요소를 최대한 줄이려는 것이다. NASA는 2027년 전까지는 발키리의 성능을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숀 아지미 NASA 존슨우주센터 로봇공학팀장은 “위험한 환경에서 더 안전한 작업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잠재력을 가진 고급 로봇 시스템 테스트의 다음 단계를 시작해 기쁘다”며 “이 로봇은 인간의 범위를 확장하고, 어디에서나 안전하게 탐색하고 작업할 수 있도록 하는 첨단 로봇”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