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다 스페이스 인더스트리스(Varda Space Industries)가 이달 12일 발사한 의약품 연구 위성 더블유-시리즈 1(W-Series 1) 상상도. /Varda Space Industries

미국 우주 스타트업이 지구 궤도를 돌며 미세중력 상태에서 의약품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우주선을 발사했다. 우주에서 형성된 단백질이 더 완벽한 구조를 가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우주 헬스케어 발전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주에서 특정 제품을 제조하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18일 과학계에 따르면 미국 우주 스타트업 ‘바르다 스페이스 인더스트리스(Varda Space Industries·바르다스페이스)’는 지난 12일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우주군기지 발사장에서 첫 번째 위성 ‘더블유-시리즈 1(W-Series 1)’을 스페이스X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바르다스페이스는 스페이스X 화물우주선 엔지니어 출신인 윌 브루이와 벤터캐피탈업체 파운더스펀드 출신의 딜리엔 아스파로호프가 2020년 12월 설립한 우주 제조기업이다. 설립 초기에는 반도체나 광섬유 제조도 계획했지만, 현재는 의약품 우주 제조에 집중하고 있다. 설립한 지 2년 6개월 만에 투자금 1억달러(1300억원)를 유치한 회사로 성장했다.

이번에 발사한 더블유-시리즈 1 위성은 의약품 제조 실험이 진행되는 캡슐과 미국 우주발사체 기업 로켓랩이 제작한 우주선 포톤, 지구 궤도 재진입용 캡슐로 구성됐다. 포톤이 의약품 제조 실험 캡슐에 전력과 통신, 추진력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위성의 총무게는 300㎏, 이중 의약품 실험이 이뤄지는 캡슐의 무게는 90㎏이다.

바르다 스페이스 인더스트리(Varda Space Industries)의 의약품 연구 위성 ‘더블유-시리즈 1(W-Series 1)’ 모습. /Varda Space Industries

바르다스페이스는 미세중력 환경에서 약물을 제조하는 방법을 실험한다. 이번 발사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이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도 사용되는 항바이러스제 리토나비르 관련 연구에 집중한다.

우주에서 의약품을 연구하고 제조하는 이유는 지구 중력의 영향에서 벗어나, 더 안정적인 단백질 결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대형 제약사 머크(Merck)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의약품 연구를 진행했다. 머크는 ISS에서 수행한 연구에서 항암제 키트루다의 면역관문억제제 펨브롤리주맙을 우주에서 만들면 현재 쓰이는 정맥주사 방식보다 쉽게 투여할 수 있는 약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바르다스페이스의 위성은 약 한 달간 지구 궤도에서 실험을 마친 뒤 올해 7월 중순쯤 우주에서 제조한 의약품을 들고 귀환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과는 지난해 8월 바르다스페이스 위성에서 얻은 의약품 연구 결과를 활용하거나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이번 발사가 성공하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실험을 원격으로 수행할 로봇들이 로켓 발사 시 충격에서 살아남아야 실험이 시작된다. 또 총알보다 7배 이상 빠른 초속 8000m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귀환해 캡슐이 고온의 열도 견뎌야 한다.

윌 브루이 바르다스페이스 최고경영자(CEO)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성공 확률은 90% 미만이지만 동전 던지기보다 낫다”며 “의약품은 질량 당 가장 가치 있는 화학 물질이고, 지구상에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