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진이 낮은 농도의 대기 중 이산화질소를 검출할 수 있는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위쪽부터 권혁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 임형태 석박사통합과정연구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국내 연구진이 대기 중 오염물질의 농도를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높은 성능은 물론 제작 공정이 간단하고 에너지 효율과 유연성도 높아 웨어러블 장치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권혁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사람의 폐 구조를 모사한 가스 센서로 낮은 농도의 이산화질소를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산화질소는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이다. 특히 높은 농도에 오랜시간 노출되면 심혈관계 질환과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 중 이산화질소를 관리하려면 높은 감도를 가진 센서를 개발해야 한다. 얼마나 낮은 농도까지 측정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검출한계’와 측정 속도가 이산화질소 센서의 성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기존 이산화질소 센서는 ‘화학 발광’을 활용한다. 이 방식은 부피가 크고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측정 범위를 넓히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반도체를 이용한 이산화질소 센서도 있지만, 검출한계가 낮고 높은 온도에서만 작동할 수 있어 상용화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진이 개발한 이산화질소 센서는 큰 표면적은 갖는 물질을 이용해 검출한계와 반응속도를 크게 개선했다. 내구성과 유연성도 갖춰 웨어러블 장치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DGIST 연구진은 사람의 폐 구조에서 검출한계가 높으면서도 빠르게 이산화질소를 검출할 수 있는 센서를 만들었다. 폐는 표면에 폐포라고 불리는 미세구조로 전체 부피에 비해 넓은 표면적을 갖고 있어 빠르고 효율적으로 기체를 교환할 수 있다.

연구진은 센서에 미세 구조를 만들기 위해 레이저 유도 그래핀(LIG) 위에 나노 다공성 구조를 갖는 금속유기구조체(MOF)를 쌓았다. 이 금속유기구조체는 표면에 아주 작은 크기의 구멍 덕분에 1g만으로도 축구장 수준의 표면적을 갖고 있어 기체 교환 속도를 높일 수 있게 한다. 레이저 공정을 사용해 진공장비 같은 복잡한 시설 없이도 전극을 만들 수 있어 부피도 크게 줄였다.

이렇게 개발된 센서는 0.168ppb(1ppb는 10억분의 1) 농도의 이산화질소를 감지할 수 있어 기존 센서보다 우수한 검출 한계를 나타냈다. 이산화질소에 반응하는 시간도 기존 센서가 약 30초 걸렸던 것과 비교해 15초 수준으로 줄었다. 내구성도 개선해 1만번 이상 구부려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웨어러블 장치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권 교수는 “사람의 폐에서 착안해 대기오염에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센서를 제작했다”며 “앞으로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해 개인별로 맞춤화된 건강관리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지난달 30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Nature Communications,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3-389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