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주변을 돌며 사진을 찍고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위성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쏘아 올린 정찰위성과 공공위성 외에도 미국의 스페이스X와 영국의 원웹 같은 민간 기업까지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이며 수천 기에 이르는 위성이 최근 우주로 향했다.
우주를 향하는 위성이 이처럼 크게 늘면서 더 싼값에 위성을 제작하기 위한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또 위성 수명이 끝난 뒤 우주 궤도에 쓰레기로 남지 않고 자연친화적으로 분해되는 소재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과학자들은 그 해결 방법으로 나무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일본 대학과 기업의 과학자들이 실제로 인공위성 제작에 기존에 사용하는 소재 대신 나무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과학계는 이 기술이 성공하면 향후 실패 부담이 적고 친환경적인 인공위성을 대량으로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라타 코지 교토대 농학연구과 교수와 스미토모 임업 연구팀은 이달 16일 “우주궤도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10개월간 목련을 포함한 나무 3종의 샘플을 우주 환경에 노출한 결과 계속해서 내구성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내년에 목련 나무로 만든 최초의 목조위성 ‘리그노샛(LignoSat) 1호’를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주는 겉으로 보기엔 아름답지만 실제로는 매우 혹독하고 잔인한 환경에 가깝다.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은 모두 극한의 더위와 추위에서 방사선과 우주 먼지에 이르기까지 우주 공간의 잔인한 환경에 직면해 있다. 위성이 태양이 내리쬐는 궤도를 지날 때는 온도가 120도까지 올라가지만 반대로 밤 시간대에 해당하는 지구 반대편을 지낼 때는 영하 270도까지 떨어진다. 엔지니어들은 이런 점을 고려해 우주에서 자주 발생하는 온도 변화로 재질이 크게 팽창하거나 수축하지 않는 재료로 위성을 제작해 왔다. 위성은 또 초속 7.4km 속도로 날아가는 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중력과 충격을 견뎌야 한다. 또 발사 과정에서 너무 많은 연료를 소비하지 않도록 가급적 가벼운 소재를 써야 한다.
지구상에서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금속은 알루미늄과 티타늄 두 가지뿐이다. 하지만 이 중 티타늄은 채굴과 가공이 어려워 대부분 위성은 알루미늄과 그 합금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 일부지만 흑연과 붕소, 탄소, 테플론과 케블라가 위성을 보호하는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위성을 생각할 때 내부에 전자 부품이 들어있는 금속 상자를 떠올리는 이유다.
최근 과학자들은 위성 수요가 늘면서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위성 제작 방식을 찾고 있다. 교토대와 스미토모 임업은 2020년 4월 나무를 사용해 지속가능한 위성을 개발하는 ‘리그노스텔라 스페이스 우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내년에 최초의 목조 인공위성 리그노샛을 우주궤도에 진입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유연성과 강도, 무게 부분에서 어떤 면에서는 금속보다 우수한 목재로 위성을 만들어보자는 아주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연구진은 2022년 3월부터 2023년 1월까지 290일간 ISS에서 운영하는 일본 실험 모듈인 키보(KIBO)에 목련과 산벚나무, 솜털자작나무 시편을 보내 우주 환경에 노출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우주환경에서 나무의 내구성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당시 ISS에 머물던 일본 우주 비행사 와카타 고이치가 직접 목재 시편을 실험 모듈 바깥에 설치하는 임무를 맡았다. 연구진은 지난 3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를 통해 돌려받은 샘플에 대한 분석을 시행하고 이들 목재 샘플이 균열과 휨, 벗겨짐이 없고 온도 변화와 방사선 환경에서도 별로 변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목재 샘플 3개 중 목련이 상대적으로 가공성과 강도에서 우수하다고 보고 있다.
연구진은 2024년 NASA와 JAXA가 공동 발사할 리그노샛1호 제작에 이번에 내구성이 확인된 목련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리그노샛은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0cm에 불과한 초소형위성(큐브샛)으로 기존 위성에서 알루미늄 부품을 쓰던 부분이 모두 나무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목조 위성 개발에 뛰어든 사례는 더 있다. 핀란드의 합판회사 위사(WISA)는 ‘우드샛’ 프로젝트를 추진되고 있다. 애초 2021년 미국의 발사체 회사 로켓랩의 일렉트론 발사체를 타고 세계 최초로 우주로 향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발사가 추진되지 않고 있다.
과학자들은 목조 위성이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고 보고 있다. 전자파가 나무를 잘 투과하기 때문에 위성 안테나를 내부에 넣어 위성의 구조와 형태를 단순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위성이 발사된 뒤에 안테나가 잘 펴지지 않아 위성 전체가 기능 불능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위성 내부로 안테나가 들어가면 이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평가다.
최근 우주 궤도에 급증하는 우주쓰레기 문제도 해결할 대안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유엔 외기권사무국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 위성은 8261기로, 지난 2021년 4월 이후 불과 2년 만에 11.84%가 늘어났다. 위성은 수명이 끝나면 대기권에 재진입해 타버려야 하는데 알루미늄 등 금속 재질이 타지 않고 남는 경우가 많아 우주 궤도에 남는 쓰레기가 늘고 있다. 과학자들은 재진입 때 나무처럼 타기 쉬운 소재로 위성을 만들면 우주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에선 자연의 방식을 활용해 목조 위성이 수명을 다한 뒤 우주에서 스스로 분해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교토대 연구진은 내년 최초의 목조 위성 발사를 앞두고 분해 메커니즘을 개발하고 있다. 우주산업계는 목조 위성 개발이 이제 막 시작된 위성 소재 혁명의 첫 사례일 뿐이며 더 많은 소재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