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이 실린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3단이 지난 10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위성보관동에서 총조립을 위해 조립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 3차 발사가 이달 24일 진행된다. 이번 발사는 성능검증위성과 위성모사체를 탑재한 채 발사했던 지난해 2차 발사와 달리 실제 임무를 가지고 있는 민간 기업의 소형 위성을 싣고 진행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표현으로는 ‘손님’을 태우고 하는 첫 비행이다. 그만큼 의미도 남다르다.

이번 발사에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와 도요샛, ‘JAC’, ‘LUMIR-T1′, ‘KSAT3U’가 누리호에 탑재된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와 도요샛을 제외한 3기는 모두 민간 기업이 직접 개발한 소형위성이다. 민간 기업의 위성들은 고도 550㎞에서 우주 방사능 측정과 전자광학(EO) 탑재체 검증, 지표면 편광데이터 수집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실제 임무를 수행할 위성을 개발한 업체는 루미르, 져스텍, 카이로스페이스다. 이 중 카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의 위성 사출에 활용되는 부품도 개발했다. 이들 모두 위성 개발 기간이 촉박했지만, ‘스페이스 헤리티지(우주검증)’를 받을 소중한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조선비즈는 19일 누리호 3차 발사에 참여한 위성 업체 관계자들에게 주요 임무와 개발 과정을 들었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입고된 카이로스페이스 큐브위성 'KSAT3U'의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카이로스페이스 “러시아 수출하던 사출기 누리호에 달았다”

카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3차 발사에 쓰이는 위성 사출기 개발에 참여했다. 2019년에 창업한 카이로스페이스는 큐브위성 탑재체와 플랫폼을 설계하는 업체다. 업력은 4년 정도지만, 2013년부터 인공위성과 관련된 부품을 연구해왔다. 10년 동안 국내 위성 분야에서 연구와 제작을 이어가며 기술력도 인정받은 상태다.

카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2차 발사 때 탑재된 성능검증위성과 이번 발사체에 들어가는 큐브위성 사출기를 제작했다. 2015년부터 러시아에 위성 사출기를 수출하고 있기도 하다. 누리호 3차 발사 때는 총 7개의 큐브위성이 사출기의 스프링에 튕겨 사출된다. 큐브위성은 목표 지점에서 20초 간격으로 내보내지는데, 이때 무게 중심이 맞지 않으면 위성이 제자리에서 헛도는 ‘텀블링’ 현상이 일어난다.

카이로스페이스는 국내외에서 기술력이 이미 검증받은 만큼, 텀블링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양수 카이로스페이스 본부장은 “사출기는 국제 표준 규격에 맞춰 제작됐고, 이미 러시아와 누리호 3차 발사로 기술이 검증됐다”며 “탑재된 위성과 발사체 사이의 간격만 잘 유지된다면 위성 사출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호에 실리는 큐브위성 KSAT3U도 카이로스페이스의 작품이다. 편광카메라를 탑재한 KSAT3U는 한반도 지표면을 관측해 연구계와 학계에 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위성 기능이 고장 나거나 임무가 종료됐을 때 자동으로 작동하는 우주궤도 이탈 기능을 실증하는 목적도 가진다.

카이로스페이스의 편광카메라는 올해부터 임무를 시작한 한국형 달 탐사선 다누리호에 탑재돼 성능을 이미 확인했다. KSAT3U는 한반도를 4시간 간격으로 지나치면서 한반도 주변의 수증기를 관측해 폭우나 가뭄 같은 기상재해를 예측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카이로스페이스는 KSAT3U가 수집하는 편광데이터가 한정된 기상데이터의 폭을 넓혀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루미르 연구원들이 지난 3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입고된 큐브위성 'Lumir-T1'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 방사능 오류 극복한다… 루미르 ‘LUMIR-T1′

루미르는 KAIST 인공위성연구소에서 국내 최초 인공위성 개발에 참여한 남명용 대표를 중심으로 2009년 설립된 업체다. 루미르는 차세대중형위성과 다목적실용위성 등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사업에도 폭넓게 참여해왔다. 주로 지구관측 인공위성과 영상자료 수신처리 시스템을 제작·개발하고 있다.

루미르도 다년간의 연구개발로 이미 기술력은 어느 정도 입증된 업체다. 루미르는 2018년 항우연으로부터 유럽우주청(ESA)의 품질규격에 기반한 제조공정을 인증받았다. 이 인증을 받은 업체에서는 실용위성급의 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 루미르는 주로 야간이나 안개가 많은 날씨에도 지표면을 관측할 수 있는 초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개발한다.

3차 발사 때 루미르가 누리호에 실을 위성은 ‘LUMIR-T1′이다. LUMIR-T1은 우주 방사능을 측정하고, 큐브위성급에 적용되는 부품이 우주 방사능을 극복하는 방법을 검증한다. 현재 큐브위성은 비용 문제로 대부분 우주급이 아닌 상용급(COTS) 부품이 적용된다. 상용급 부품을 사용할 경우 우주 방사능으로 인한 일시적인 오류가 잦고, 결과적으로 수명이 짧아지게 된다.

루미르는 누리호 3차 발사로 우주검증 기회를 얻은 만큼, 큐브위성의 우주 방사능 극복법을 발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남명용 루미르 대표는 “LUMIR-T1이 우주 방사선량을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큐브위성이 우주 방사능에 의한 오류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며 “이번 발사는 우주 방사능 측정 기술의 국산화에도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일 져스텍 대표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경제 개척자와의 대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초소형 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실

◇인공위성 자세제어 시스템 국산화 나서는 져스텍 ‘JAC’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창업 기업인 져스텍도 누리호 3차 발사에 참여했다. 1999년 설립된 져스텍은 초정밀 모터로 첫발을 뗀 24년의 업력을 가진 업체다. 우주 분야에는 10년 전부터 뛰어들어 자신들의 주특기와 관련된 위성 정밀위치 제어와 선형 이동 시스템 개발을 진행해왔다.

져스텍이 집중한 분야는 인공위성의 자세제어다. 누리호 3차 발사의 메인 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기의 자세제어 시스템에도 져스텍의 부품이 들어갔다. 올해 2월 대통령실에서 열린 ‘우주경제 개척자와의 대화’ 간담회에선 윤석열 대통령에게 자세제어 시스템을 탑재한 초소형위성을 선보이기도 했다.

져스텍이 이번에 올릴 위성은 ‘JAC’이다. JAC에는 자세제어를 위한 별추적기와 반작용휠, 자기토커, 전력계가 탑재됐다. 모두 져스텍이 개발하고 제작한 부품들로, 자세제어에 필요한 국산 핵심부품을 우주에서 검증한다. 또 550㎞ 상공에서 4m의 분해능으로 지구를 관측할 수 있는 EO 우주카메라를 탑재했다.

김용일 져스텍 대표는 “그동안 자세제어 시스템은 해외에서 제작한 부품을 조립하는 형식으로 만들었다”며 “국내에서 우주용 자세제어 시스템을 자체 제작한 건 져스텍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산화한 핵심부품을 우주에서 검증하는 게 가장 큰 의미인 만큼, 앞으로도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