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학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원편광을 광통신, 양자계산, 바이오 이미징에 활용할 수 있는 반도체 소자 재료를 개발했다. 사진은 연구진이 개발한 고분자(왼쪽)와 광 스핀 소자 응용 모식도. /서울대 공대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광원으로 주목받는 원편광을 감지할 수 있는 반도체 소자를 개발했다. 원편광은 일반적인 빛보다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고, 필름을 쉽게 투과하는 특성이 있어 광통신·양자계산·바이오이미징 같은 분야에서 활용 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오준학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4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원편광을 선택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고분자 반도체 소자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광통신 시스템 구축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빛은 일반적으로 전기장과 자기장이 진행 방향의 수직 방향으로 진동하며 전파된다. 이 때 진행 방향과 수직으로 원형 회전하면서 전파되는 빛을 ‘원편광’이라고 부른다. 이런 특성 덕분에 양 눈에 다른 상이 맺히는 3차원(3D) 디스플레이 개발에 활용할 수 있고, 빛의 파장과 광량뿐 아니라 각운동량에도 정보를 넣어 광통신 기술에도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광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원편광을 제어하거나 감지하기 위해서는 편광판, 위상지연판 같은 추가 장치가 필요해 소형화가 어려워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추가 장치 대신 원편광을 분별할 수 있는 비대칭(키랄성) 소재가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 성능은 낮고 가격은 비싸 실제 활용까지는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원편광은 진행방향의 수직으로 전자기장이 회전하면서 이동하는 빛을 말한다. 직선 방향으로 움직이는 선편광과 다르게 필름 투과력이 높고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어 차세대 광원으로 주목받는다. /퍼블릭도메인

서울대 연구진은 키랄성 첨가물을 고분자 반도체 소재에 도입해 나선형 구조의 초분자체를 개발했다. 초분자체는 강력한 결합인 공유결합 대신 수소결합, 정전기적 상호작용처럼 상대적으로 약한 결합으로 이뤄진 물질로, 다른 분자나 외부 에너지를 인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 이번에 개발한 초분자체는 나선형 구조를 갖고 있어 원평광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연구진은 나선형 구조의 초분자체를 활용해 원편광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만들었다. 원편광 센서는 빛이 들어오는 각도와 관계 없이 원편광을 구분할 수 있었고, 감지하는 속도도 기존에 사용되던 소재보다 67% 빨라졌다. 삼진법 기반의 광통신 시스템 구축에도 성공해 실제 광전자 소자로 활용 가능성도 확인했다.

오준학 교수는 “원편광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고분자 반도체 광 활성층을 만들 수 있는 간단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한 연구”라며 “원편광 감지·이미징 기술은 차세대 광통신, 고해상도 바이오 이미징, 양자 계산, 3차원 QR 코드처럼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587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