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심혈관계 질환을 앓는 환자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할 수 있는 무선 측정 장치를 개발했다. 기존 유선 측정 장치와 비교해 성능에서는 차이가 없으면서도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실시간으로 사용이 가능해 심혈관계 질환 환자의 건강 관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권경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김종욱 미국 노스웨스턴대 박사 후 연구원과 공동연구로 배터리 없이 실시간으로 심혈관의 압력, 혈유량, 온도를 측정해 심혈관 기능을 진단하는 무선 심혈관 임플란트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심혈관에서 혈액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장치는 부정맥·고혈압·협심증 같은 심혈관계 질환을 앓는 환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으로, 특히 수술 전·후 환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데 필수적인 장치로 꼽힌다. 다만 현재 활용되고 있는 측정 장치는 침상 모니터에 연결된 유선 장치를 사용하는 만큼 병원에서 움직임이 없는 환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또 유선으로 연결하는 만큼 심혈관계의 손상이나 감염이 발생할 수 있고, 측정 정확도도 떨어진다.
KAIST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선 통신과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을 이용해 심혈관 안에서 배터리 없이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이식형 무선 측정 시스템’을 개발했다. 심혈관의 압력, 혈류 속도, 온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이식형 센서와 무선 전력·데이터 전송을 위한 시스템을 결합한 형태다.
센서는 심혈관 안에서 여러 정보를 동시에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으며, 혈관 내부에 직접 이식하는 것은 물론 인공 판막·혈관 스텐트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다. 센서에서 측정한 데이터는 분석 알고리즘을 이용해 동맥·심실 내부의 압력과 혈류 속도, 심부 온도처럼 다양한 정보로 계산된다. 전력은 배터리 없이 무선 전송을 통해 공급되며, 측정된 데이터는 저전력 블루통신을 통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장치를 돼지의 폐동맥과 양의 대동맥·좌심실에 이식해 성능을 확인한 실험에서는 기존에 사용되던 유선 장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성능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무선으로 연결된 만큼 시간과 장소에 관계 없이 심혈관 기능을 실시간으로 진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KAIST 연구진은 “심혈관계 질환과 관련된 검진, 수술에서 환자의 건강 상태와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식형 의료기기와 결합해 의료기기의 기능을 실시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에 이달 11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DOI: https://doi.org/10.1038/s41551-023-01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