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표면의 70% 차지하는 바닷물에서 전기를 더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저장하는 해수전지에 들어갈 양극재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포스텍 철강·에너지소재대학원 조창신 교수와 화학공학과 정혜빈 연구원(박사 과정)은 20일 해수전지의 양극재 제어에 사용되는 물질인 킬레이트제를 사용하면 에너지 효율이 더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소개됐다.
대표적인 2차 전지로 불리는 리튬이온배터리는 휴대용 전자기기와 전기자동차의 전지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폭발의 위험이 있고 리튬이 고갈될 경우 배터리 생산이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 연구지들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차세대 전지 개발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바닷물에 녹아 있는 나트륨 이온과 물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해수전지도 그 후보군 가운데 하나다. 바닷물에 녹아있는 나트륨 이온이 리튬 이온처럼 전지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전기를 만들거나 충전하는 방식이다.
해수전지는 지구의 3분의 2를 덮고 있는 바닷물을 이용할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자원 공급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별도의 처리 과정 없이 해수를 바로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인 기술로 꼽힌다.
하지만 해수전지의 양극재로 사용되는 니켈헥사시아노페레이트(NiHCF)는 제작 과정에서 결함이 많이 생기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킬레이트제를 첨가한 NiHCF 전극을 합성하고 첨가제를 넣지 않은 전극 소재와 비교했다. 킬레이트제는 금속 이온과 결합해 2개 이상의 결합을 형성하는 유기화합물로, 수용성의 안정적 구조를 만들고 중금속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해수전지 양극재를 구조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이 물질을 넣었다. 켈레이트제를 넣으면 더 많은 나트륨 이온을 붙잡아둘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두 소재 샘플을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형태와 구조가 차이가 난다. 킬레이트제를 첨가하지 않은 소재는 나노 크기의 입자가 무작위로 응집되다 보니 마이크로미터(μm) 크기의 입자를 형성한다. 반면, 킬레이트제를 첨가한 소재 시료는 200~300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크기의 정육면체 입자들이 형성돼 있는 모습을 띤다. 입자 크기 자체는 첨가하지 않은 소재 샘플이 더 작지만 이들이 모여 크게 응고되기 때문에 전지 생산에 불리하다.
전기화학적 성능을 분석한 실험에서도 킬레이트제를 넣었을 때가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수분 함량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수분 함량이 높으면 전기화학적 성능이 떨어진다. 전류와 전압을 측정한 결과에서도 킬레이트제를 넣은 양극재의 에너지 효율이 높고 용량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학술 연구로는 처음으로 충전과 방전을 2000회 시도한 결과 킬레이트제를 넣은 소재를 쓴 전지가 약 92.8% 높은 용량 유지율을 나타냈다. 또 기존 양극재 단점이던 결함 생성률에서도 킬레이트제를 첨가한 양극재가 6%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킬레이트제를 첨가한 양극재와 이 소재를 쓴 해수전지 우수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DOI https://doi.org/10.1016/j.cej.2023.142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