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X선 현미경을 반도체·배터리 같은 첨단 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식을 개발했다. X선 현미경은 촬영 대상의 내부를 손쉽게 들여다 볼 수 있지만, 해상도가 낮고 내구성이 약해 미세 공정이 활용되는 첨단 산업에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박용근 물리학과 교수와 임준 포항가속기연구소 수석연구원이 공동 연구로 기존 X선 현미경의 해상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X선 나노 현미경은 굴절 렌즈가 없어 렌즈 대신 원형의 격자 회절판(zone plate)을 사용한다. 회절판의 나노 구조는 영상의 해상도를 결정하는데, 미세침 형태의 나노 구조의 제작과 유지가 어려워 X선 현미경의 해상도에는 한계가 있다.
공동 연구진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X선 나노 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X선 렌즈는 얇은 텅스텐 필름에 수많은 구멍을 뚫은 형태로, X선을 회절시켜 무작위 패턴을 만든다. 연구진은 무작위한 회절 패턴에 고해상도 정보가 온전히 들어있음을 수학적으로 규명했고, 실제 시료 정보를 추출해 영상으로 만들었다.
무작위 회절의 수학적 성질을 활용한 영상기법은 지난 2016년 박용근 교수가 처음으로 제안하고 가시광 대역에서 구현한 기술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당시 연구 결과를 X선 영역의 난제를 푸는 데 활용했다.
공동 연구진은 지름 300㎚의 원형 패턴으로 제작한 렌즈를 활용해 14㎚ 해상도의 영상을 얻었다. 기존 X선 현미경은 일반적으로 해상도 50㎚ 수준이고 20㎚까지도 성능을 높여 사용하기도 하지만, 해상도를 높일 수록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기존 X선 현미경으로 14㎚ 해상도 영상을 얻으려면 현재 기술로는 1~2번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이번에 개발한 X선 현미경은 기존에 사용하는 내구성이 약한 미세 침 방식 대신 구멍을 뚫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논문 제1저자이자 공동교신저자인 이겨레 KAIST 자연과학연구소 연수연구원은 “차세대 X선 광원과 고성능 검출기를 활용하면 기존 X선 나노 영상을 넘어서 전자현미경 수준인 해상도 1㎚까지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며 “X선은 전자현미경과는 달리 시료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내부 구조를 관찰할 수 있어 반도체 검수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준 연구원은 “충북 오창에 신설되는 4세대 다목적방사광가속기에서도 성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광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라이트: 사이언스 앤 어플리케이션’에 이달 7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Light: Science and Application, DOI: https://doi.org/10.1038/s41377-023-011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