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출산율이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단히 반가운 변화다. 저출생 문제가 하루아침에 풀릴 리 없겠지만, 적절한 정책과 사회적 공감대가 꾸준히 쌓이다 보면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본다."
마리에따 히메네스(Jimenez) 독일 제약사 머크 헬스케어 핵심 시장 대표 겸 수석 부사장은 지난달 서울 대치동 한국머크 사무실에서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제겐 딸이 둘 있는데, 첫딸은 26년 전 수차례의 난임 치료 끝에 얻었다. 덕분에 난임으로 고생하는 부모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도 했다.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제약회사 머크는 100년 넘게 난임 치료 분야를 선도해온 기업으로 꼽힌다. 호르몬 치료제부터 배아 배양기 등 난임 치료 전반에 필요한 제품군을 제공한다. 최근엔 항암제 및 희소 질환 분야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히메네스 부사장은 일라이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등 여러 글로벌 제약사를 거쳐 2014년 독일 머크의 난임 사업부 총괄로 입사했다.
히메네스 부사장은 "한국은 전 세계 나라 중에서도 고령화와 저출생 문제에 가장 진지하게 대책을 세우고 상황을 바꾸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나라로 꼽힌다"고 했다. "최근 한국을 머크의 핵심 전략 시장으로 통합하기로 결정했는데, 와서 보니 그 결정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사례를 다른 나라들과 공유하고, 스페인(합계출산율 1.1), 프랑스(1.56), 이탈리아(1.14) 같은 나라의 상황이 더 비극적으로 변하기 전에 빠르게 움직일 것을 촉구하려 한다."
히메네스 부사장은 저출산 해결을 위해 젊은 세대에게 생식 건강 교육을 지원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남녀를 불문하고 20~30대부터 자신의 생식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35세가 넘어가면 가임력이 얼마나 빠르게 떨어지는지 알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황에 따라 난자 동결·정자 보존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줘야 한다."
머크는 최근 희소 질환 및 희소 암 치료제 쪽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2025년 미국 바이오테크 기업인 스프링웍스를 인수하고 데스모이드 종양 등 소종양과 신경섬유종증 치료제를 확보했고, 같은 해 12월엔 중국 바이오테크 기업 아비스코와 협력해 건막세포종 치료제 글로벌 판권을 획득했다.
히메네스 부사장은 "제약사들이 거대한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에만 매달리던 시대는 지났다"면서 "이제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치료 기회를 얻지 못했던 소외된 환자들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이를 통해 시장을 넓히고 환자들의 삶의 질도 끌어올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