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퍼드셀(SpudCell)/ 케이트 애더말러 미네소타대 교수

생명이 없는 화학 성분을 조립해 만든 '인공 세포'가 먹이를 받아들이고 자라난 뒤 둘로 분열해 자손까지 만들었다. 기존 세포를 개조한 것이 아니라 DNA와 단백질, 리보솜, 세포막 성분을 처음부터 조립해 세포의 전 생애 주기를 구현한 첫 사례다. 일각에서는 이번 성과를 1903년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에 비유했다. 새로운 합성 생물학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은 지난 1일(현지 시각) '스퍼드셀(SpudCell)'이라고 명명한 인공 세포 연구 결과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스퍼드는 이번에 합성한 세포가 감자(spud)처럼 울퉁불퉁하게 생겼다고 붙인 이름이다. 논문은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상태로 공개됐으며 아직 학술지에 정식 게재되지는 않았다. 사이언스는 이 논문이 국제 학술지 '셀(Cell)'에 제출됐지만 거절됐고, 한 심사자가 스퍼드셀을 생물학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평가를 했다고 전했다.

◇어떻게 만들었나

연구팀은 DNA와 리보솜, 단백질이 섞인 용액에 지방 성분을 넣었다. 그러자 지방이 스스로 둥근 막을 만들며 DNA와 리보솜 등을 안에 가뒀다. 리보솜은 DNA의 유전 정보에 따라 단백질을 만든다. 연구팀은 이어 단백질과 리보솜을 담은 작은 먹이 주머니를 공급했다. 연구팀이 합성한 스퍼드셀은 이 주머니와 합쳐지며 내용물을 받아들여 커졌다. 일정 크기에 이르자 둘로 분열했고, 새로 생긴 세포들도 다시 자라고 분열하면서 여러 세대에 걸쳐 증식했다.

먹이를 놓고 경쟁하는 모습도 보였다. 연구팀은 먹이 주머니에 더 잘 달라붙는 변이형 스퍼드셀을 만들어 일반형과 절반씩 섞었다. 그러자 변이형이 먹이를 더 많이 확보해 더 크게 자랐고, 자손도 더 많이 남겼다. 먹이를 얻는 데 유리한 특징을 가진 세포가 더 많은 자손을 남기는 자연선택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5세대가 지나자 변이형 비율은 처음 50%에서 약 60%로 늘어나 일반형을 앞섰다. 다만 이 변이는 세포가 스스로 일으킨 것이 아니라 연구팀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다.

◇아직은 '미완의 생명'

연구팀은 이번 인공 세포를 두고 "살아 있다고 부르기는 조심스럽다"고 했다. 자연 세포처럼 생명체를 특징짓는 여러 기능을 보여주지만, 단백질을 만드는 리보솜을 스스로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대장균에서 분리한 리보솜과 효소를 먹이 주머니에 담아 계속 공급해야 했다.

유전 정보를 자손에게 정확히 나눠 주지 못하는 점도 한계다. 5차례 분열을 거친 뒤 전체 유전체를 온전히 물려받은 세포는 약 30%에 불과했다.

인공 세포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다.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는 2010년 화학적으로 합성한 유전체를 기존 세균의 세포에 넣어 스스로 증식하는 합성 세포를 만들었다. 다만 세포막과 리보솜, 세포질 등은 살아 있던 자연 세포에서 가져왔다. 이후 2016년에는 약 900개였던 유전자를 473개까지 줄인 최소 세포도 개발했다. 이처럼 자연 세포에서 출발해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는 방식을 '하향식(top-down)'이라고 한다.

이와 반대로 스퍼드셀은 DNA와 리보솜, 단백질, 세포막 성분 등을 따로 모아 아래에서부터 조립하는 '상향식(bottom-up)'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조립한 인공 세포가 먹이를 받아들이고, 자라고, DNA를 복제한 뒤 분열하는 세포 주기를 구현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의 존 글래스 박사는 뉴욕타임스에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의 제작법을 터득한 적이 없다"며 "이 모든 기능을 하나로 통합했다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특허 대신 '기술 공개' 택했다

연구를 이끈 케이트 애더말러 미네소타대 교수는 스퍼드셀을 특허로 독점하지 않고, 스탠퍼드대 드루 엔디 교수와 함께 설립한 비영리 연구 단체를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공동 연구로 인공 세포 개발 속도를 앞당긴다는 취지다.

스퍼드셀이 앞으로 외부 도움 없이 더 오래 증식하는 형태로 발전하면,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자와 화학반응이 무엇인지 밝히는 연구 도구가 될 수 있다. 자연 세포가 만들기 어려운 의약품과 신소재를 생산하거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미세 공장'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드루 엔디 교수는 이번 성과를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최초의 동력 비행에 성공한 '라이트 플라이어'에 비유했다. 첫 비행은 12초에 그쳤지만 항공 시대의 출발점이 됐듯, 아직 불완전한 스퍼드셀도 인공 생명 연구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