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 단어의 뜻이나 일반 상식을 기억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미국 연구팀이 내놨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UC Davis) 보건대학원의 캐스린 콘론 교수팀과 미국 의료 기관 카이저 퍼머넌트가 장기간 분석한 결과다. 관련 논문은 지난달 '알츠하이머와 치매'에 게재됐다.
◇17년간 미세먼지 노출 추적해 뇌 기능 분석
연구진은 오랫동안 미국 내 흑인의 알츠하이머병과 치매 발생률이 비히스패닉계 백인보다 약 1.5~2배 높은 이유를 밝히기 위해 'STAR(Study of Healthy Aging in African Americans)'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연구진은 특히 흑인·라틴계·아시아계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초미세먼지 노출 수준이 높은 지역에 거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존 연구 결과에 주목했다.
이번 연구도 STAR 프로젝트에 참가 중인 53~94세 흑인 성인 7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거주지 주소를 바탕으로, 최근 5년·10년·17년 동안의 초미세먼지(PM2.5) 노출 수준을 산출하고 각자 인지 기능 검사를 진행했다.
◇초미세먼지 노출, 10년 뇌 노화보다 무섭다
분석 결과, 실제로 초미세먼지에 오래 노출된 사람일수록, 단어의 뜻이나 역사적 사실, 일반 상식 등을 기억하고 저장하는 이른바 '의미 기억(semantic memory)' 점수가 뚜렷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미세먼지 농도가 5㎍/㎥씩 짙어질 때마다 의미 기억 능력은 크게 낮아졌다.
연구진은 이를 "뇌 속 백과사전이 조금씩 희미해지는 현상"에 비유했다. 또한 이런 장기간 미세먼지 노출이 끼치는 악영향이 10년 노화로 인한 인지 저하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봤다. 참가자들의 나이, 교육 수준, 소득, 결혼 여부 등을 보정해서 다시 분석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연구진은 "인지 기능 저하에 영향을 주는 환경적 요인을 이해한다면, 이를 통한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대기오염 저감 정책이 심혈관 질환이나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과 치매 부담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