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이 2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과기자문회의)가 그동안 정부안을 통과시키는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앞으로는 신뢰를 회복하고, 대통령이 의장인 헌법기구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겠습니다."

이경수 과기자문회의 부의장은 28일 서울 광화문 과기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운영 방향을 설명하며 "과기자문회의가 과학기술 정책을 단순히 추인하는 기구가 아니라, 대통령의 정책 판단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자문기구로 기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기자문회의는 헌법에 근거한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 정책 자문기구다. 자문 기능과 함께 국가 과학기술 주요 정책, 연구개발(R&D) 사업 예산 배분·조정 등을 심의하는 기능도 맡고 있다.

이 부의장은 "지금까지 과기자문회의가 만든 보고서를 대통령이 봤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며 "과기자문회의가 대통령의 정책 판단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기구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이 부의장은 지난 정부의 R&D 예산 삭감 논란과 과학기술계와의 소통 부족을 언급하며 과기자문회의의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R&D 예산 삭감안이 어떻게 심의 과정에서 동의돼 올라갈 수 있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이 질문 자체가 심의기구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지표"라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과기자문회의는 우선 운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회의 공개와 온라인 생중계를 확대하고 있다. 이 부의장은 "앞으로 회의 생중계, 정책포럼, 현장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의제 설정과 논의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민감하거나 전략적인 사안은 비공개 논의를 병행해 실질적인 토론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고, 가능한 한 투명하게 과정을 끌고 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과기자문회의의 핵심 의제는 '인공지능(AI) 대전환'이다. 과기자문회의는 AI 시대 과학기술 인재 육성, 국가 중요기술 체계 개선, 미래 에너지 경쟁력 강화, 공공 R&D 데이터의 AI 전환 등을 주요 과제로 논의하고 있다.

이 부의장은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그는 "AI 데이터센터는 3년, 5년 단위로 빠르게 돌아올 수 있는 만큼, 기존 에너지 계획에 AI 수요를 반영해야 한다"며 "공공 R&D 데이터와 관련해서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국가 자산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기자문회의는 국민경제자문회의, 국가AI전략위원회와의 협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공공 R&D AI 전환(AX) 등 여러 부처가 얽힌 의제는 단일 위원회 차원에서 다루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오는 6월에는 국민경제자문회의와 공동 심포지엄을 열고, R&D 예산 체계 혁신과 공공 데이터 활용 등을 주제로 라운드 테이블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 부의장은 "과학기술은 기술 그 이상의 국가 생존 전략"이라며 "과기자문회의가 국민경제자문회의 등 다른 자문 기구와 칸막이를 없애고,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통합적 자문 체계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