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인공지능(AI) 종합 솔루션 기업 텔레픽스가 이란 하르그섬 인근 해역에서 관측된 띠 형상의 이상 영역을 분석한 결과, 실제 해양 기름띠일 가능성이 높다고 12일 밝혔다.
앞서 걸프 해역 내 하르그섬 서쪽 바다에 대규모 유막으로 보이는 흔적이 위성사진에서 포착됐다. 하르그섬은 이란의 주요 원유 수출 거점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하지만 이란은 국영 매체를 통해 "하르그섬 주변에서 원유 유출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의혹을 공식 부인했다.
이에 텔레픽스는 지난 8일 해당 해역에 대한 위성영상 분석을 수행했다. 분석에는 유럽우주국(ESA)의 센티넬1호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영상과 센티넬2호 광학 위성영상, 유럽 기상위성 기반 해상풍 자료, 해양 수치모델 등이 활용됐다. 회사는 서로 다른 관측 방식과 환경 자료를 교차 검토해 이상 영역의 성격을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지난 6일 촬영된 센티넬1호와 센티넬2호 영상에서는 같은 위치와 유사한 형상의 이상 영역이 공통적으로 확인됐다.
센티넬1호 SAR 영상에서는 기름층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해수면 반사 신호 감소가 관측됐다. 기름막이 바다 표면의 작은 파도를 약화시키면서 레이더 반사 신호가 낮아지는 현상이다. 텔레픽스는 해당 영역의 후방산란계수가 일반 해수면보다 크게 낮은 -25dB 이하 수준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센티넬2호 광학영상에서도 같은 위치에서 주변 해수와 다른 반사 특성이 나타났다. 여러 분광대역에서 바다보다 빛을 더 강하게 반사하는 패턴이 확인됐는데, 이는 두꺼운 기름막에서 나타날 수 있는 특징이다.
기상·해양 조건 분석도 기름띠 가능성에 무게를 더했다. 텔레픽스는 당시 해역의 풍속이 초속 8m 이상으로 나타나, 바람이 약할 때 생길 수 있는 자연적 해수면 현상을 기름띠로 오인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회사는 라그랑지안 입자 추적 모델 기반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향후 7일간의 이동 경로도 예측했다. 기름띠로 추정되는 이상 영역은 해류와 바람의 영향을 받아 페르시아만 일대로 이동·확산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활용한 방법은 유출 지점을 다수의 입자로 가정하고, 해류와 바람의 영향을 반영해 시간에 따른 이동과 확산 가능성을 계산하는 모델이다.
권다롱새 텔레픽스 최고데이터과학자는 "하르그섬은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만큼, 이번 분석은 글로벌 해양 및 에너지 공급망과 연계된 이상 징후를 위성 기반으로 신속하게 탐지·분석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텔레픽스는 추가 분석을 통해 피해 면적과 유출 규모를 정량화하고, 기름띠의 이동·확산 예측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다. 또 자체 개발·운영 중인 AI 큐브위성 '블루본'을 비롯해 고해상도 SAR 영상과 초분광 데이터 등을 활용해 해당 해역의 시계열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