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속 아주 작은 분자가 노년층의 단기 생존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듀크대와 미네소타대 연구진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혈액 속 작은 리보핵산(RNA) 분자인 'piRNA'로 71세 이상 고령자의 향후 2년 생존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에이징 셀(Aging Cell)'에 지난 2월 실렸다.
RNA는 우리 몸속에서 유전 정보를 전달하거나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분자다. 디옥시리보핵산(DNA)이 설계도라면, RNA는 그 설계도가 실제로 쓰이도록 돕는 안내문에 비유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piRNA는 크기가 매우 작은 RNA 조각으로, 세포 발달, 조직 재생, 면역 활동 등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piRNA가 노화 과정, 생존 가능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71세 이상 성인의 혈액 샘플 1200개 이상을 분석했다. 이어 나이, 콜레스테롤, 신체 활동, 생활습관 등 임상 요인 187개와 작은 RNA 조각 828개의 상관 관계를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법으로 살폈다. 이후 참가자들의 생존 여부는 국가 사망 기록으로 확인했다.
그 결과, 특정 piRNA 6개의 조합만으로도 고령자의 2년 생존 가능성을 최대 86%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었다. 기존에 쓰이던 임상 요인보다 성능이 더 뛰어났다.
또 오래 생존한 고령자들은 특정 piRNA 수치가 낮은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piRNA가 단순한 표지자가 아니라 노화와 장수 과정에 직접 관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버지니아 바이어스 크라우스 듀크대 의과대학 교수는 "혈액 속 piRNA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지만, 특정 piRNA 수치가 낮을수록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수치가 높다는 것은 신체 기능에 이상이 있음을 나타낼 수 있다. 그 원인을 이해하면 건강한 노화를 돕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실용성 때문이다. 혈액검사는 비교적 간단하고 몸에 부담이 적은 검사다. 만약 piRNA 기반 검사가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된다면, 의사들은 고령자의 단기 건강 위험을 더 일찍 파악하고 영양 관리, 운동 처방, 약물 조정 등을 맞춤 설계할 수 있다.
크라우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교적 간단하고 몸에 부담이 적은 혈액검사만으로도 노년층의 단기 생존율을 파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도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앞으로 운동, 식습관, 약물 치료 등이 piRNA 수치를 바꿀 수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최근 비만·당뇨 치료제로 주목받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치료제 역시 piRNA 변화와 관련이 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참고 자료
Aging Cell(2026), DOI: https://doi.org/10.1111/acel.7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