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산 신약 42호와 43호가 잇따라 허가를 받으면서 국산 신약 개발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사진은 42번째 국산 신약 '림카토(성분명 안발캅타젠오토류셀)'의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할 때 모습. /뉴시스

한해에 한두개 정도 출시되던 국산 신약이 올해 4월까지 2개 신약이 허가를 받았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R&D) 역량이 높아진 데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신속 절차를 적용해 신약 허가에 나선 덕분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선 올해 국산 신약 승인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쓸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품목 허가를 심사 중인 국산 신약 후보도 여럿이라서 '44호 신약' 허가를 어느 업체가 받을지도 관심이다.

◇속도 붙는 국산 신약 개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9일 우리나라 기업 큐로셀이 개발한 개인 맞춤형 자가 유래 T세포(CAR-T) 면역 항암제 '림카토(성분명 안발캅타젠오토류셀)'를 허가했다. 말기 혈액암 환자의 면역세포(T세포)를 추출해 유전자를 조작한 뒤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맞춤형 치료제다. 한 번 투약만으로도 말기 혈액암을 치료할 수 있다. 국산 CAR-T 치료제가 신약으로 허가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2번째 국산 신약이기도 하다.

큐로셀은 2024년 12월 식약처에 허가를 신청, 16개월 만에 신약 허가를 받았다. 업계에선 "국산 1호 CAR-T 치료제가 탄생한 만큼, 그동안 수입 치료제에 의존했던 말기 혈액암 환자들이 앞으로는 보다 신속하게 치료제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30일엔 국내 바이오 기업 퓨쳐켐의 전립선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프로스타뷰주사액(성분명 플로라스타민)'이 43번째로 신약 허가를 받았다. 환자에게 정맥주사로 투여한 뒤 양전자 방출 전산화 단층 촬영(PET-CT)을 하면 암의 위치와 상태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전립선암은 국내 남성암 중에서도 가장 발병률이 높은 암이다. 식약처는 "새로 허가받은 신약이 전립선암 환자들에게 정확한 치료 방향 설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올 들어 이미 2개의 국산 신약이 잇따라 허가를 받게 되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주'가 1999년 국내 첫 신약으로 허가를 받은 이후 20년 동안 국내 신약 개수는 한해 평균 2개에 못 미쳤지만 최근 들어 국내 신약 허가에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연구 개발 자금과 인력에 제한을 겪었고, 국내 임상 시험 인프라에도 한계가 있었으나 최근 들어선 그 역량과 상황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20009년까지 20년 동안 국내 허가 신약은 연평균 1.4개였다. 2000∼2009년엔 13개, 2010∼2019년에는 15개를 기록했다. 2020년 들어선 속도가 좀 더 빨라져서 2020∼2025년엔 12개가 허가를 받았다. 연평균 2개로 늘어난 셈이다.

업계는 올해 이미 2개가 허가를 받은 만큼 앞으로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의 신속 허가 절차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식약처는 지난해부터 '신약 품목허가·심사 업무절차' 지침을 적용, 295일 이내에 신약을 허가하고 있다.

◇44호 신약 주인공, 누가 될까

업계에선 44호 신약 허가를 누가 받게 될 것인지도 주목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개발하는 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유력 후보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식약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한미약품은 올해 하반기 중에 허가를 획득하고 연내 시장 출시가 목표다.

아주약품과 지엘팜텍이 공동 개발한 안구건조증 치료제 '레코플라본(AJU-S56)'도 허가 심사 중이다. 지난해 11월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레코플라본이 허가를 받는다면 국내 최초의 안구건조증 신약이 된다. 셀비온의 전립선암 방사성 의약품 치료제 '포큐보타이드'도 지난해 12월에 임상 2상 결과를 기반으로 조건부 품목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최근 들어 허가되는 국산 신약이 빠르게 느는 것 뿐만 아니라 신약의 종류도 다양해지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그동안 국산 신약은 항암제나 항생제, 발기부전 치료제, 고혈압 치료제 정도였으나, 최근엔 CAR-T 치료제부터 방사선 의약품, 비만치료제까지 고난도 바이오 기술 기반 신약이 잇따라 나온다는 점이 상당히 고무적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