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 표면 위로 타이탄(의 그림자)이 지나가는 모습./Volodymyr Andrienko

인류가 다시 달로 향하고, 그다음 목표로 화성을 이야기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화성 이후에는 어디로 가야 할까. 과학자들은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을 유력한 후보로 주목하고 있다.

10일 스페이스닷컴 등에 따르면, 오는 6월 11~12일 미국 콜로라도 볼더에서 '휴먼스 투 타이탄 서밋(Humans to Titan Summit) 2026'이 열린다.

이 회의는 이름 그대로 인간을 타이탄에 보내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자리다. 과학자와 엔지니어, 우주산업 관계자, 로봇 탐사 전문가, 유인 우주비행 전문가들이 모여 타이탄 탐사의 과학적 목표와 필요한 기술, 사전 탐사 임무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 메탄 비 내리는 타이탄에서 '생명의 기원' 찾는다

타이탄은 태양에서 약 14억㎞ 떨어져 있어 표면 온도가 영하 179도까지 내려간다. 태양계 위성 중에서 두꺼운 대기를 가진 드문 천체로, 지표 기압은 지구보다 약 50% 높다. 대기의 대부분은 질소이고, 산소는 거의 없으며 메탄이 5% 정도 섞여 있다.

지구에서 물이 증발해 구름이 되고 비로 내리듯, 타이탄에서는 메탄이 구름과 비, 강과 호수의 순환을 만든다. 표면 온도는 매우 낮아 물은 바위처럼 단단한 얼음 상태로 존재하고, 메탄과 에탄 같은 탄화수소가 액체로 남아 호수와 바다를 이룬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타이탄에서 생명의 기원을 연구할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타이탄에는 탄소가 포함된 복잡한 유기분자가 풍부하고, 유기분자는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재료와 관련된 물질이기 때문이다.

토성의 위성 탐사 임무를 이끌고 있는 엘리자베스 터틀 미국 존스홉킨스응용물리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구에서 화학 반응이 일어나 생물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생명 탄생 이전의 화학 반응들이 오늘날 타이탄에서도 여전히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비행 탐사선 드래건플라이(Drgonfly)가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 낙하산을 펼쳐 착륙한 다음, 수평 날개 4개를 회전시켜 이륙하는 모습의 상상도. 인류 최초로 개발하는 비행 탐사 로봇이다./미 항공우주국(NASA)

◇ 하위헌스가 연 타이탄 탐사, 드래곤플라이가 잇는다

인류는 이미 타이탄의 표면을 본 적이 있다. 2005년 1월 14일 유럽우주국(ESA)의 하위헌스 탐사선이 타이탄에 착륙하며 지형과 대기를 관측했고, 착륙 뒤에도 72분간 데이터를 지구로 보냈다. 이는 지금까지 인류가 지구에서 가장 먼 곳에 탐사선을 착륙시킨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하위헌스가 보여준 타이탄에는 짙은 안개 같은 대기, 얼음으로 된 자갈, 액체가 흘렀던 흔적, 강바닥과 호수, 사구가 있었다. 단순히 얼어붙은 위성이 아니라 대기와 지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역동적인 천체라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다음 주자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드래곤플라이'다. 드래곤플라이는 원자력으로 움직이는 무인 헬리콥터형 탐사선으로, 자동차 크기의 대형 드론이라 볼 수 있다. NASA는 드래곤플라이를 2028년 7월 이후 발사해 2034년 타이탄에 도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드래곤플라이는 한곳에 머무는 착륙선이 아니라, 여러 지역을 날아다니며 탐사하는 비행형 로봇 탐사선이다. 착륙 후 타이탄의 지형과 표면 물질, 대기 환경, 유기화학 성분을 분석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이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타이탄은 대기가 두껍고 중력이 낮아 비행에 유리해, 드래곤플라이도 로버가 아닌 대형 드론 형태로 설계됐다.

◇ 유인 탐사까지는 먼 길… 정밀 지도와 생명유지 기술 필요

로봇 탐사가 성공한다고 해서 곧바로 인간이 타이탄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직접 가려면 먼저 타이탄 전체를 정밀하게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안전한 착륙 후보지와 지형의 안정성, 표면 물질의 성질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타이탄의 대기와 기상 환경을 이해하는 것도 필수다. 타이탄은 두꺼운 대기와 계절 변화를 갖고 있어 메탄 구름, 비, 바람이 착륙과 비행, 이동 수단 운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인간 탐사를 위해서는 타이탄의 날씨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산소 공급과 이산화탄소 제거, 수분 재활용, 식량 보급 등을 포함한 생명유지 기술도 마련돼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극저온, 전력, 장비 보호가 핵심 과제다. 타이탄은 매우 춥기 때문에 우주복과 거주 시설, 전자장비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열 관리 기술이 필요하다. 태양에서 멀고 대기가 두꺼워 태양광 발전이 어렵기 때문에 안정적인 원자력 전원과 에너지 저장 시스템도 요구된다. 여기에 메탄 대기에서 만들어지는 유기물 입자와 퇴적물이 장비에 쌓일 수 있어, 장기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장비의 내구성을 높이는 연구도 필요하다.

아만다 헨드릭스 행성과학연구소 소장 겸 익스플로어 타이탄 대표는 스페이스닷컴에 "타이탄 유인 탐사를 생각하기에 결코 이르지 않은 시점"이라며 "로봇 탐사와 선행 연구를 통해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지만, 넘을 수 없는 장벽은 아니다. 이번 회의가 타이탄 탐사가 실제 가능한 일이라는 씨앗을 심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