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서 만난 디에고 산토로 길리어드 및 카이트 종양학 부문 국제지역 총괄.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CAR-T 치료제는 항암제나 방사선 같은 표준 치료를 두 번 이상 실패한 환자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3차 치료에서 사용했습니다. 최근엔 반대로 CAR-T 치료제를 2차 단계에서 바로 쓰는 추세입니다. 환자 체력이 좀 더 좋고 면역 시스템이 더 건강할 때 치료를 받기 때문에 완치 가능성도 그만큼 높일 수 있는 거죠. 한국에서도 2차 치료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건강보험 혜택이 3단계에만 집중돼 있습니다. 환자들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 건강보험 혜택이 앞으로 더 넓어지길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미국 길리어드는 1987년 캘리포니아에 설립된 바이오 제약사다. HIV, C형 간염 등 바이러스 질환 치료제와 항암제 분야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카이트는 2009년 설립된 바이오텍이다. 환자 혈액에서 면역세포(T세포)를 뽑아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뒤 다시 몸속에 넣어주는 맞춤형 항암 치료제 'CAR-T 세포 치료제' 전문 기업이다. 2012년부터 미국 국립암연구소와 협력하며 연구해왔다. 길리어드는 카이트를 2017년 인수, FDA 승인을 받은 CAR-T 치료제를 잇따라 내놓았다.

디에고 산토로 길리어드 및 카이트 종양학 부문 국제지역 총괄을 최근 서울 중구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길리어드와 카이트가 CAR-T 치료제를 상용화한 지 10년쯤 된다. 지금껏 3만5000명이 넘는 환자를 치료해왔다"고 했다.

◇혈액암 환자 생존율 높이는 조기 CAR-T 치료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길리어드 사이언스 본사. /로이터 연합

길리어드와 카이트의 CAR-T 치료제 제조 성공률은 96%가 넘는다. 세포를 냉동하지 않은 신선한 상태로 제조 공정에 투입하는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제조 속도를 단축하고 세포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산토로 총괄은 특히 우리나라에서 백혈병보다 환자 수가 많은 혈액암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치료의 경우엔 조기 CAR-T가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암은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재발이 잦은 것이 특징이다. 보통 처음 암을 발견하면 약물 요법(1차 치료)을 시작하지만, 어떤 환자는 이 첫 단계부터 약이 듣지 않거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기도 한다.

이럴 경우 조기 CAR-T 치료제를 쓰면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여러 번의 독한 항암 치료를 받고 나서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기운을 잃고 변질된 다음에 치료하는 것보다 환자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산토로 총괄은 한 환자 사례를 들려줬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30대 젊은 사이클 선수다. 평소 건강했지만, 어느 날 심한 기침이 시작됐고 호흡 곤란 증상도 겪었다. 검사해 보니 폐와 심장에 체액이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병명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DLBCL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환자는 초기 항암 치료가 잘 듣지 않았고, 추가 항암 치료 효과에 대한 기대도 낮았다. 마지막 한 줄기 기대를 안고 찾은 곳이 CAR-T 치료제 임상시험이다. 환자는 이후 임상시험과 CAR-T 치료를 거치면서 건강을 회복했고, 나중엔 자전거를 다시 탈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한다. 산토로 총괄은 "이런 환자들의 완치 사례를 볼 때마다 우리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고 했다.

산토로 총괄은 "CAR-T 치료를 조기에 적용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료비 부담도 줄이는 길"이라고 했다. "혈액암 환자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도록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가 앞으로 더 확대됐으면 한다. 한국 정부의 의지와 협조를 계속 구하는 이유"라고 했다.

카이트는 CAR-T 치료제를 환자 몸속에서 만들어내는 이른바 '체내(In-vivo) CAR-T 치료제' 개발에도 돌입한 상태다. 산토로 총괄은 "아직은 전임상 및 초기 연구 단계"라면서 "향후 5년 안에는 우리 회사뿐 아니라 관련 연구를 하는 기업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CAR-T 치료제는 세포를 신선하게 보관해야 하는 만큼 물류나 운송이 대단히 까다롭다. 체내 CAR-T 치료제는 반면 이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어 치료 접근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술이 물꼬를 튼다면 더 많은 환자들에게 기회와 치료의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