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난제인 '조합 최적화 문제'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풀 수 있는 하드웨어 기술이 개발됐다. 조합 최적화 문제는 가능한 수많은 경우의 수 가운데 가장 효율적인 해답을 찾는 문제로, 물류 경로 설계, 금융 포트폴리오 구성, 반도체 회로 배치 등 다양한 산업 분야와 직결된다.
카이스트는 전기및전자공학부의 최양규, 김상현 교수 공동 연구진이 기존 실리콘 반도체 공정만으로 차세대 최적화 전용 하드웨어인 '오실레이터 기반 아이징 머신'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지난 3월 게재됐다.
아이징 머신은 여러 소자가 상호작용하며 최적 해를 찾아내는 특수 목적형 컴퓨터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일정한 주기로 신호를 반복하는 '오실레이터'에 주목했다. 여러 오실레이터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동기화되는 과정에서 시스템은 가장 안정적인 상태를 찾아가고, 이를 통해 최적의 해를 도출한다.
기존 오실레이터 기반 아이징 머신은 소자마다 발생하는 미세한 주파수 차이를 정밀하게 제어하기 어렵고, 소자 간 연결 방식에도 한계가 있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실레이터와 소자 간 상호작용 강도를 조절하는 커플러를 모두 단일 실리콘 트랜지스터로 구현했다. 이 방식은 오실레이터 간 주파수 편차를 줄여 안정적인 동기화를 가능하게 하고, 연결 강도를 여러 단계로 조절하는 다중 상태 커플링을 통해 문제의 가중치를 보다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아이징 모델의 표현력과 해 탐색 성능이 동시에 향상됐다. 연구진은 해당 기술을 활용해 대표적인 조합 최적화 문제인 '최대 절단' 문제 해결에도 성공했다. 최대 절단은 네트워크를 두 그룹으로 나눌 때 두 그룹 사이의 연결을 최대화하는 문제로, 실제 산업 현장의 다양한 최적화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특수 소재나 비표준 공정이 아닌, 현재 반도체 산업에서 널리 쓰이는 상보형 금속산화물 반도체(CMOS) 공정을 그대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별도의 설비 투자 없이 기존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대량 생산과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양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오실레이터와 커플러를 모두 실리콘 소자로 구현해 확장성과 정밀도를 동시에 확보한 아이징 머신 하드웨어"라며 "반도체 설계 자동화, 통신 네트워크 최적화, 자원 분배 등 대규모 조합 최적화가 필요한 산업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6),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z2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