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밤, 사람 대신 인공지능(AI) 챗봇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AI는 새벽에도 짜증 내지 않고, 말을 끊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런 '24시간 말동무'가 오히려 외로움을 키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팀은 영국·미국·캐나다·호주 성인 2149명을 12개월간 추적한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심리과학'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23년 1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4개월 간격으로 네 차례 설문을 했다. 참가자들에게 최근 4개월 동안 AI 챗봇을 사회적 목적으로 얼마나 썼는지 물었다. 인생 결정에 대한 조언을 구하거나, 하루 일과를 이야기하거나, 말동무로 삼는 행위가 여기에 포함됐다.
조사 결과 AI 챗봇은 이미 상당수 사람의 말동무가 돼 있었다. 네 차례 조사에서 매번 참가자의 26~30%가 사회적 목적으로 챗봇을 쓴 적이 있다고 답했다. 대부분은 "몇 번 써봤다"는 수준이었지만, 매일 썼다는 응답도 1%씩 있었다. 특히 외로운 사람이 사람보다 AI를 먼저 찾는 흐름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감정적으로 고립됐다고 응답한 사람이 4개월 뒤 챗봇을 더 많이 쓰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AI 챗봇 사용이 늘어난 사람들은 4개월 뒤 감정적 고립감이 더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사회적 연결감을 측정하는 지표도 함께 분석했다. 연결감이 낮은 사람이 이후 AI 챗봇을 더 많이 쓰는 경향은 뚜렷했다. 다만 챗봇 사용이 다시 사회적 연결감을 낮춘다는 결과는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AI와의 동행이 시간이 지나며 외로움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초기 증거"라면서도 "강한 인과관계로 해석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AI 관계의 '손쉬움'이다. 친구나 가족은 늘 대화할 수 없다. 바쁘거나 지쳤거나, 때로는 내 얘기를 듣기 싫어할 수도 있다. 반면 AI는 언제든 대기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말도 잘 골라준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함정일 수 있다. 사람 관계는 서로 속마음을 나누고, 주고받으며 쌓인다. AI는 공감과 애정을 흉내 낼 수 있지만, 실제 감정을 경험하지는 않는다.
비슷한 연구도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다른 연구팀은 대학 신입생 296명을 대상으로 2주간 실험을 진행했다. 한 집단은 낯선 동기와 매일 문자를 주고받았고, 다른 집단은 공감형 AI 친구와 대화했다. 나머지 집단은 하루에 한 문장씩 일기를 썼다. 2주 뒤 외로움이 줄어든 집단은 실제 사람과 문자를 주고받은 학생들뿐이었다. AI 챗봇과 대화한 효과는 일기 쓰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구팀은 "AI와 대화할 때는 받을 수는 있지만, 되돌려줄 기회가 없다"며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감각이 빠져 있다"고 했다.
AI를 정서적 상대로 삼는 흐름은 더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 11~25세 38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 절반 가까이가 AI 챗봇과 개인적·감정적 문제를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51%는 챗봇과 정신건강이나 개인 문제를 이야기하기 쉽다고 답했다. AI가 부모나 친구보다 편하다고 느끼는 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문제는 그 편안함이 사람에게 가야 할 발걸음을 막을 때다. 연구팀의 결론도 여기에 가깝다. 외로움은 사람들을 챗봇으로 향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길이 길어질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길은 더 멀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