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에 정자를 주입하는 시험관 시술 모습./Getty Images

무(無)정자증 진단을 받은 남성들 중에서도 임신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최근 BBC가 전했다.

지난해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가 개발한 'STAR(Sperm Tracking And Recovery·정자 추적 및 회수)' 시스템을 활용해 임신에 성공하는 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보도다.

'STAR'는 첨단 이미징과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미세 유체 기술을 결합한 시스템으로, 컬럼비아 대학교 제브 윌리엄스 교수팀이 5년 동안 개발했다. 현재 컬럼비아대 불임 센터가 진행하는 정식 임상에 적용되고 있다.

◇"무정자증 불임 부부도 20년 만에 임신"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 뉴저지에 사는 한 부부는 2년 반 만에 임신에 성공했다. 남편은 X 염색체를 하나 더 가지고 태어나는 유전 질환인 '클라인펠터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정액에서 정자가 거의 나오지 않는 질환이다.

연구팀은 남편의 고환 조직을 채취하고 AI로 분석해 8개의 정자를 분리해 냈다. 이후 아내의 난자를 채취해 배아를 만들었다. 이 중 하나가 착상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들 부부의 아기는 오는 7월 말쯤 태어날 예정이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또다른 부부도 STAR 시스템 덕분에 작년 딸 아이 임신과 출산에 성공했다. 20년 만에 아기를 갖게 된 것이다. 무정자증인 남편과 아내는 앞서 15차례 시험관 시술을 받았지만 모두 실패했다. 연구팀은 STAR 시스템으로 남편의 정액을 분석해 정자 2개를 찾아냈고, 이를 아내 난자와 결합해 배아 두 개를 만든 뒤 착상시켰다. 이 중 하나가 착상이 된 것이다. 제브 윌리엄스 박사는 "이 부부가 임신됐을 때 모든 팀원이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고 했다.

◇175명 중 30%가 정자 찾아

STAR 시스템은 윌리엄스 박사가 광활한 우주에서 새로운 은하를 찾아내는 천체 물리학의 첨단 기술에 착안해 개발했다.

시스템은 총 3단계로 완성된다. 1단계에선 남성 환자의 정액 샘플을 이상의 이미지를 촬영한다. AI는 이때 수많은 이미지 속에서 극소수의 정자를 식별해낸다.

2단계에선 머리카락 굵기만큼 얇은 통로가 새겨진 특수 칩이 정자 세포를 여과해 내고, 3단계에선 초정밀 로봇이 빠르게 정자를 추출한다.

연구팀은 "현재까지 STAR 시스템으로 아기를 가진 환자 부부는 수십 명에 이른다. 최근까지 175명이 이 STAR 시스템을 사용했고, 이 중 30%가 이를 통해 정자를 찾아냈다"고 밝혔다.